치안과 재난을 담당한 이들 기관의 수장 자리가 비어 있는 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대행 체제에선 소극적으로 조직 운영을 할 수밖에 없고 선제적인 재난 대응이나 범죄 예방에 힘을 쏟기 어렵다. 경찰청 수장 공백과 고위직 인사 지연이 계속되는 동안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연간 1조 원을 넘어섰고, 딥페이크 같은 사이버 범죄도 26% 늘어나는 등 민생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방청과 산림청은 건조한 겨울 날씨 속 경남 함양, 충남 서산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힘겹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단속과 같은 외교적으로 민감한 업무를 맡은 해경 역시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 기관의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다. 경찰청은 청장이 공석일 뿐만 아니라 최근 헌법 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가 중징계를 요구한 시도 경찰청장 다수가 직위 해제됐다. 10월이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출범을 맞아 검찰과 경찰 조직은 완전히 새로 ‘헤쳐 모여’식 조직 구성을 해야 한다. 신설되는 수사기관 수장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커 리더십을 완전히 갖추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개월간 공석인 소방청장, 해경청장 자리도 언제 후임 인사가 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재난 대응과 치안 유지를 맡은 이들 기관의 위기 대응력이 약화되면 그 피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수장 공백으로 조직이 느슨해진 상황에서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조마조마하다. 이들 기관의 인사 공백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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