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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1인 가구, ‘워라밸’ 아닌 일 중독 위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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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연적 혼자의 시대’ 펴낸 김수영 서울대 교수

    회사 밖에서도 승진, 이직 위한 자기계발로 대부분의 시간 할애

    ‘돈=삶의 질’ 공식 깨진 1인 가구…결식률·만성질환 유병률 높아

    1인 가구 증가, 개개인 선택 아닌 후기 자본주의의 필연적 결과

    새로운 가구 형태로 인정하고, 집·직장 아닌 ‘제3의 공간’ 늘려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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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같은 세상에 돈만 있다면 혼자 사는 게 훨씬 좋은 것 아니냐고요? 실제로는 우울과 고립 정도가 심각한 것은 물론이고, 결식률과 만성질환 유병률도 훨씬 더 높습니다.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더 심각한 게 현실입니다.”

    김수영(사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직장인 1인 가구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1인 가구의 배경과 조건이 모두 다르지만,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불 꺼진 집으로 향하는 귀갓길을 맞닥뜨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난다”며 “이들을 묶는 것은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관계적 결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42%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김 교수는 이에 맞춰 2019년부터 ‘Alone 프로젝트’를 통해 1인 가구의 생활양식을 연구해왔다. 지난 6년간 총 109명의 1인 가구를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56명의 이야기를 담아 교양서적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집필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김 교수 역시 1인 가구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이제 혼자 사는 것은 위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자연스러운, 조금 더 자유로운 선택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1인 가구의 급증은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연구를 해 보니 개인주의 성향이나 비혼주의 같은 개개인의 적극적인 의지로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커리어를 생존의 수단이자 자아의 핵심으로 받아들인 결과 혼자 살아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 최적화된 노동력을 구축하는 경제 체제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개인이 결혼을 안 한 이유는 거시적으로 산업구조, 가족구조의 변화에 맞춰 움직인 결과”라며 “과거에는 개인주의 혹은 경제적 궁핍 등으로 결혼을 회피하는 경우가 적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요인이 비혼의 사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에 대한 심층 연구를 할수록 세간의 인식과 다른 점도 발견됐다. ‘나홀로족’이 육아나 가족부양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만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최적화된 삶을 영위할 것 같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다. 김 교수는 “1인 가구 직장인들은 남는 시간을 대부분 일과 연관된 자기 계발에 할애하고 있었다”며 “직장에서는 자기성취, 자아실현을 위해 일에 몰입하고 집에서는 승진, 이직 등을 위해 자기 계발에 집중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노동에 몰입한 결과는 정신적·신체적 문제로 귀결됐다. 1인 가구는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거르는 경우가 빈번했다. 간편식으로 불리는 제품의 주요 소비층이 1인 가구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필수 영양소 부족 등으로 신체 건강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목적과 이해, 자격을 따지기 때문에 꾸준히 교류하며 친밀감을 나누는 이들이 제한적이다. 김 교수는 “대개 돈은 가족이라는 매개를 통해 삶의 질로 연결되지만 1인 가구들에게 돈은 삶의 질로 전환되지 못했다”며 “1인 가구의 사회자본은 매우 제한적이고 우울과 고립 등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1인 가구 증대에 맞춰 집과 직장이 아닌 ‘제3의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혈연중심의 가족사회에서 연인·친구·지인 등과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사는 비친족 가구를 새로운 가구의 형태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며 “결혼이라는 전통적 틀 바깥에서도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안전하게 서로 돌볼 수 있는 새로운 연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어찌 보면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위험은 곧 닥쳐올 우리 모두 겪게 될 미래”라며 “책의 제목을 ‘필연적 1인 가구의 시대’가 아닌 ‘필연적 혼자의 시대’로 작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혼자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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