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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회생했다가 범죄자 취급”…회생 기업인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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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줄 끊긴 재도전 기업들]

    회생절차 기업인 20인 인터뷰

    신용등급 추락에 금융권 대출 차단

    회생기업 주홍글씨에 거래 취소·중단

    회생제도 이해 부족에 형사 기소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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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을 살리기 위해 법인 회생을 선택했는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억울합니다. 사업체를 살리기 위해 뛰어야 할 때 재판만 엄청 다녔습니다.”

    전기 조명 장치 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는 회생 과정에서 채권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업의 모든 채권 거래가 금지되지만 회생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권자가 돈을 갚지 않는다며 A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기업이 회생을 신청하면 법원은 포괄적 금지 명령을 통해 기업 보호조치를 위해 모든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에 대한 강제집행 등을 금지한다.

    파산 위기에 놓인 기업의 재기를 위한 최후 수단인 회생절차가 기업인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특히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기업의 신용도가 추락해 재기를 더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다. 법원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인정해 회생 개시 결정을 내렸음에도 낮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대출과 투자가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2020~2024년 회생절차를 진행한 기업인 2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최우선 제도 개선 과제로 꼽은 것이 신용등급 조정이었다.

    건자재 납품 및 시공 업체를 운영하는 B 대표는 2024년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대형 건설사의 입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회생절차 돌입과 함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건설사 협력 업체 등록이 거부되면서 추가 수주 계약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결국 다른 협력 업체와 함께하는 방식으로 간신히 일부 수주 물량을 받았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큰 손해를 보게 됐다.

    B 대표는 “회생에 들어가면 사정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신용도 하락으로 재기에 절실한 자금줄이 막혀버렸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낮아진 신용도로 인해 금융권 대출뿐 아니라 정부 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 배관 플랜트 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는 지난해 4월 회생 개시 결정을 받았지만 직후부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낮은 신용도로 금융권 대출이 막힌 최 대표는 정부 금융 지원을 알아봤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회생기업 대상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 금융 역시 신용도가 매우 낮은 영세기업은 이용할 수 없었다. DIP 금융은 회생절차 중에도 기업이 영업을 계속하도록 운전자금을 공급하는 정책자금이다.

    C 대표는 “DIP 금융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출의 기준이 되는 재무제표 등을 요구하는데 재정적 상황이 좋았으면 회생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생 인가를 받은 기업인 점을 감안해 자격 요건을 완화해 주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낮은 신용도는 원활한 사업체 운영을 위한 필수 조건인 각종 보증보험 가입도 어렵게 만든다.

    섬유날염 업체를 운영하는 D 대표는 회생절차가 개시됐지만 저신용으로 전기·가스·수도 등 에너지요금 지급보증보험 가입을 하지 못해 공장을 돌리지 못했다. 해당 보험은 서울보증보험이 한국전력 등 공급사에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으로 대규모 에너지가 소비되는 공장에서는 필수적이다.

    D 대표는 “신용도가 낮아 가스 공급이 막혀 버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지난해 파산해서 지금은 택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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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생 기업에 대한 주홍글씨도 기업인들에게 큰 부담이다. 지열 설비 재생에너지 업체인 지엔지테크놀러지의 E 대표는 지난해 6월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납품 계약이 7건 취소됐고 수십억 원의 손해를 봤다.

    E 대표는 “납품 계약을 진행 중이었던 대기업이 회사가 회생절차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계약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며 “법원이 회생 인가를 낸 것은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장한 건데 오히려 현장에서는 부도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더 선명해진다”고 말했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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