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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단독] “엄마 숨 못 쉬겠어”… 급박했던 은마아파트 화재, 위층 들어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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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새벽에 ‘엄마, 숨을 못 쉬겠어’라면서 전화가 왔어요. 너무 놀라 소방서에 제발 구해 달라고 애원했죠.”

    24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만난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불은 이날 오전 6시 18분쯤 한 동의 8층에서 시작됐다. A씨의 딸이 사는 바로 아래층이다.

    A씨의 딸 집에 들어가 보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실 창문은 검게 그을린 채 산산조각 나 있었다. 현관부터 화장실, 부엌, 베란다, 벽면까지 곳곳이 검은 재로 뒤덮여 있었다.

    A씨는 “딸이 ‘연기가 너무 많아 눈도 못 뜨겠다’고 했다”며 “딸에게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해 소방대원에게 제발 구해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고 말했다.

    출동한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A씨의 딸은 대피할 수 있었다. 현재 연기 흡입으로 병원 진료를 받고, 퇴원했다. A씨는 “딸이 이사하고 한 달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불은 화재 신고 후 약 1시간 20분 만에 꺼졌다. 화재가 난 집에 살았던 10대 큰딸은 숨졌다. 40대 어머니는 얼굴에 화상을 입었고, 10대 둘째 딸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 들어서자 8층부터 최고층인 14층까지 외벽은 검게 그을려 원래 색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창문이 깨져 있었고, 1층 주차장에서도 연기 냄새가 남아 있었다.

    한 주민은 생필품과 옷가지를 담은 큰 가방을 양손에 들고 나서고 있었다. 그는 “집 안에 검은 재가 가득 들어와 바닥부터 식탁까지 까맣게 변했다”며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새벽에 불이 나면서 경비원이 울린 경보와 화재 방송을 듣고 깼다고 했다. 불이 난 동에 사는 김모(32)씨는 “가족 네 명이 ‘빨리 나가야 한다’고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며 “경보음이 크게 울려 대피했다. 시커먼 연기가 복도 끝까지 가득 차 목이 메어 말을 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노후 아파트인 탓에 화재 피해가 컸다고 주장했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단지 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마아파트 관계자는 “소방법에 맞게 점검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24일 은마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해 인근에 거주하던 세대까지 모두 피해를 입었다. 그 중 한 세대 주방 바닥 모습./황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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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건물 바로 옆 동에서도 10년 전 화재가 있었다고 한다. 해당 동에 거주하는 김모(79)씨는 “당시에는 꼭대기 층에서 불이 나 연기가 아래로 내려왔다”며 “이번에는 중간 층에서 시작해 위아래가 모두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발화지는 주방이며,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황채영 기자(cy@chosunbiz.com);이호준 기자(h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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