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 승소
“국민연금, 국가기관 아냐” 논리 적중
엘리엇 항소시 다시 중재판정 절차 거쳐야
韓정부 배상책임 인정될 가능성 열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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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은 국가배상 책임의 행위주체인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는 우리 정부의 논리를 영국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투자활동이 ISDS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 있는 판례가 생긴 셈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는 ‘관련성 있는 조치’라고 판시하면서 향후 재개될 중재판정에서 배상책임이 다시 인정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 경우 가산이자 등을 종합해 배상액이 늘어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은 24일 경기도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상세 브리핑을 열고 “이번 승소는 국민연금 공단이 국가기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원 판정이 확정됐을 시 최대 1800조 원의 연금을 운용하며 수천 개의 주식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투자활동이 정부조치로 간주되며 잠재적인 ISDS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법원은 지난 23일 엘리엇을 상대로 한 ISDS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기존 중재판정은 효력을 잃으며 1600억 원에 이르는 국고 유출을 막았다.
조 과장은 “예산 한계로 대리인을 다 쓸 수 없던 정부와 비교하면 엘리엇과의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 싸움과 같았다“며 ”자금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ISDS 주무부서인 국제투자분쟁과와 정부대리인단 변호사, 보건복지부가 원팀으로 협업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엘리엇이 이와 같은 중재판정 취소소송에 항소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항소허가 신청기한은 소송 비용이나 배상액 취소 범위가 확정된 이후로부터 21일이다. 엘리엇이 항소할 경우 사건은 다시 중재절차를 밟게 된다. 이 경우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의 행위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표결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로 인해 발생한 엘리엇의 손해와는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주로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재판정에서 엘리엇 측이 정부→국민연금공단→엘리엇으로 이어지는 영향력과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면 국민연금공단이 국가기관이라는 전제 없이도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영국법원 판결에서도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에 대해선 ‘관련성 있는 조치’라고 판시한 바 있다.
민경원 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 검사는 ”향후 항소가 이어질 경우 국가기관과 국민연금, 국가기관 판단과 엘리엇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적극적으로 방어논리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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