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미투자특별법 공청회
재정건전성·국내산업·혁신생태계 타격 우려
일부 여야 의원 “대미투자에 사전 ‘보고’ 아닌 ‘동의’ 필요”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24일 국회에서 개최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제정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양희 대구대 교수, 서은종 BNP파리바 대표, 정인교 인하대 교수, 허정 서강대 교수가 참석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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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대미투자특별법’을 둘러싸고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재정건전성과 국내 산업 기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회 통제 장치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24일 국회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허정 서강대 교수는 연간 200억달러 수준의 대미투자가 지속될 경우 불황기에는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3500억달러 투자 중 손실이 5% 생긴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10년간 추가 재정 부담은 17억5000만달러로, 연간 국가채무 대비 0.16% 수준이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당장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손실이 매년 고르게 나타나지 않고 특정 시기에 쏠리거나, 경기 불황기에 발생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허 교수는 “경기둔화 시기에 손실이 일시적으로 몰릴 경우 국가 채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대미 투자와 관련된 독립적인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고 심의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제조업 공동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5376개 기업이 2018~2023년 공장을 얼마나 폐쇄하고 설립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전자산업과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순폐쇄율이 양의 값을 가졌다”며 “특히 해외 투자 기업들이 더 많이 국내 공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간 200억달러가 미국으로 나가면 국내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고, 중소기업은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특별법 통과 이후 대미 투자와 연계된 산업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혁신 생태계 약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허 교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라고 보면, 자본이 1.2%포인트, 생산성과 기술혁신이 0.7~0.8% 정도 기여한다”며 “미국의 첨단산업에 투자하면 자금과 기술이 해외로 나가고, 국내 혁신 생태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미 투자 확대가 자칫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미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대미투자를 서둘러야 할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유권자의 64%가 생활비 부담을 얘기하면서 관세에 반대하기 때문에 미국은 중간선거 전까지는 함부로 관세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대미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합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예정대로 대미투자를 추진한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꼭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대미투자특별법 안에는 ‘상업적 합리성’과 ‘외환시장 안정성’만 언급됐을 뿐, 어떻게 국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와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경제·안보 전략에서 대미 투자의 원칙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대미 투자에 대한 국회의 감시·감독 기능을 법제화하고, 프로젝트별 국회 사전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최소한 1년에 2번 정도는 국회 업무보고 또는 심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여야 의원들은 사전 ‘보고’가 아닌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년에 한 번 운영 현황을 보고하는 정도로 국부가 외국에 나가는 것을 양해할 수 있겠나”라며 “사전 보고 절차로 끝나면 국회가 문제 있는 투자에 대해 실질적으로 제동을 걸 방법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무분별한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대미투자특별법에 실질적인 국회의 통제 장치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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