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의도치 않은 취득분까지 소각시 운용 부담
경영권 분쟁 느는데 방어 수단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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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을 골자로 하는 이번 상법 개정안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사주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온도 차가 있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24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온 점을 언급하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 자금으로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측면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하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는 평가다.
다만 의도하지 않게 취득하게 된 자사주까지 강제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면 회사 자금 운용 측면에서 부담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손 교수는 “자본 충실이나 채권자 보호 측면에서 또 다른 논점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손 교수는 자사주 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문제가 됐던 것은 적대적 M&A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 매입 등 시장 왜곡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라며 “이런 행위를 정밀하게 규제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가 급락 국면에서의 자사주 매입처럼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기능까지 일괄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균형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사주 매입 관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일정 기간 내 소각해야 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훨씬 신중해질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이 일회성 정책 수단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주가 방어와 수급 조절을 위해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기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지는 데 대한 강한 우려를 표했다. 과거에 비해 경영권 분쟁의 빈도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어할 만한 수단으로 꼽을 만한 것이 사실상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2026년 정기 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영권 분쟁 소송 관련 공시는 340건으로, 최근 5년새 최대치를 기록했을 정도로 빈도가 높아졌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주주환원 정책은 물론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교수는 “기업으로서는 주주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게 되고, 장기적인 긴 호흡을 갖고 회사를 경영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보완이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과컴퓨터 인수 시도 사례를 언급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퇴로를 열어놓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주희∙노성우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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