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형성된 시장에 지분 처분 강제해
요건 불충족하는 소급입법 적용 문제
거래소 공공 인프라 전제도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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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지분 규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법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가상화페 거래소 시장이 이미 형성된 상황에서 소급입법 형태로 지분 처분을 강제하는 규제가 헌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분 규제에 대한 정책 심포지엄’에서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소유 규제를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적용하려는 가운데 새로운 시장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한 ATS와 이미 시장이 형성된 가상화폐 거래소는 상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10여 년에 걸쳐 이미 형성된 시장에 지분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소급입법의 성격을 띤다”며 “소급입법은 친일재산 환수와 군사정권 처벌 등 심히 중대한 공익이 인정된 사례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돼 왔는데 거래소 지분 규제가 그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는 전제 자체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대주주의 지분율을 제한하겠다는 정책 목적이 정당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기·수도처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고 공적 지원이 수반되는 인프라라면 소유 규제 논의가 가능하겠지만 가상화폐 거래소가 동일한 성격의 공공 인프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대출을 통해 국민 경제 곳곳에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시 경제 전반에 충격이 파급돼 공공 인프라로 정의되는 은행과 달리 가장 큰 거래소가 당장 문을 닫더라도 금융 시스템 전반에 자금 경색이 발생하는 구조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만일 거래소 운용수익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유 제한을 통한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운용수익은 기본적으로 거래소 법인의 몫이고 배당 등을 통해서만 대주주에게 이전된다”며 “수익 집중 완화를 목표로 한다면 신규 원화 거래소 진입을 허용해 경쟁을 확대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 규제 체계와의 정합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기업가치가 높은 두나무와 빗썸 등의 경우 아주 작은 지분을 취득하려고 해도 조 단위의 돈이 들어가기에 결국 은행만이 지분을 사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법상 지분 보유 규제로 인해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은행이 거래소를 금융지주 체계 내에 편입하려면 은행이 거래소를 100% 보유한 손자회사로 둬야 하는데 이 경우 소수 대주주의 운용수익 집중 문제가 그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거래소를 금융회사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화폐 가격의 변동성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돼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변호사는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를 찾지 못해 결국 라이선스 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고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해 국내 산업이 위축되는 형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당국이 달성하려는 공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한 뒤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종합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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