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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6 (목)

    ‘시내버스의 경제학’…결국 사람이더라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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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적자구조…도시마다 버스 기사 인력난

    코로나19 이후 택배·배달·전세버스 등으로 이탈…복귀 안 해

    운행 횟수·버스 대수 감소 ‘악순환’…‘시민의 발’ 버스 흔들려

    경기도, 버스 기사 2200명 양성…면허 취득비·조기 취업 지원

    #1. 시내버스를 모는 허혁 작가가 쓴 에세이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수오서재). 운전석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바라본 세상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 있습니다. “박물관 가려면 몇 번 타야 해요?”라고 묻는 말에 무심코 답했다가 자책했던 경험과 하루 18시간 노동의 고단함, 동료 기사와 쌓은 끈끈한 유대감 등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버스 기사의 ‘진짜’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 영화 ‘패터슨(Paterson, 2016년)’은 미국 뉴저지주 패터슨시(市)에 사는 버스 기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담담하게 그렸습니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콘플레이크를 먹고, 버스를 운전하며 승객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는 삶입니다. 퇴근 이후 시를 쓰는 패턴슨은 반복되는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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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시내버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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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목 누벼야 할 마을버스, 은행권 맴돌아…버스 기사의 삶은?

    하지만 실제 버스 기사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경기지역 대도시에서 일하는 마을버스 기사 A씨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A씨는 “마을버스가 마을 골목을 누벼야 하는데 정작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권을 떠돌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최근 요금 인상에도 환승 환급률이 20%대까지 떨어지면서 적자 구조가 지속된 까닭입니다.

    또 1000명가량 필요한 이 도시의 마을버스 기사는 겨우 절반을 채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열악한 처우 탓에 자리 잡을 만하면 시내버스로 이직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합니다.

    이는 운행 횟수와 버스 대수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광역·시내·마을버스에 걸쳐 시민의 발이 돼야 할 버스산업이 흔들린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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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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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경제·민생 문제에 가려진 도내 버스업계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력난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2200여명의 운수종사자 양성에 나섭니다.

    내년까지 시내버스 100% 공공관리제(준공영제) 전환을 내세운 도는 주 52시간제·1일 2교대 정착을 위해 기존보다 1.5∼2배가량 많은 버스 기사가 필요한 상황이죠.

    기존 종사자들의 고령화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수익성 악화로 이탈한 숙련 기사들이 배달 플랫폼, 택배, 전세버스 등에서 복귀하지 않으면서 좀처럼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도에 따르면 올해 교육 대상은 시내버스 1850명, 마을버스 350명입니다. 지난해 1680명 양성에서 500명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마을버스 기사 양성을 강조해 마을버스가 시내버스 취업 희망자들의 ‘경력 쌓기용’으로 전락하는 걸 막았습니다.

    교육생들은 시내버스 80시간, 마을버스는 40시간가량 교통안전·방어운전·위험 상황 대응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됩니다. 교육 과정이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도민 안전과 직결된 핵심 정책으로 제안된 겁니다.

    도는 경기도교통연수원을 교육 기관으로 추가 지정해 인력 수급 기반을 확대하고, 1종 대형면허와 버스운전자격을 갖춘 교육생이 이번 과정을 수료하면 법정 운전경력 1년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죠. 이 경우 수료와 함께 즉시 취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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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파업한 버스들로 채워진 서울 신정동 양천공영차고지. 세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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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석 너머 인생의 조각들…2027년 준공영제 정착 목표

    대형면허 등이 없는 일반 교육생은 양성교육을 마친 뒤 운수회사에서 연수를 받습니다. 평균 100시간 노선 연수와 운전 견습 등을 거쳐 실전 대응력을 높이게 됩니다. 도는 채용박람회를 열어 교육 수료자와 도내 버스업체 간 취업을 연계할 방침입니다.

    운수종사자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1종 대형면허 취득비도 지원 사업도 동시에 벌입니다. 남성은 비용의 70%인 48만원을, 여성은 68만원 전액을 지원받습니다. 성차별이라 지적받을 수 있지만, 운수종사자 가운데 여성 비율이 낮은 걸 고려해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조치입니다.

    도 관계자는 “전문성과 현장 적응력을 갖춘 운수종사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대중교통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도내 운수종사자들은 서울·인천과 비교해 낮은 처우와 임금 격차 등을 감내했습니다. 2024년 도입된 도내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덕분에 해결의 물꼬를 텄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과 사고 위험 부담 때문에 젊은 층 유입이 더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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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달 서울 시내버스 노동조합 무기한 전면파업과 관련, 긴급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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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도내에 버스 기사 8000여명이 부족하다는 얘기까지 돌았죠.

    현장에선 이른바 준공영제가 문제 해결의 정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립니다. 쉽지 않은 길이 되겠지요.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매일 우리가 지나치는 버스 운전석 너머에도 한 개인의 고충과 행복, 그리고 그들이 마주하는 수많은 인생의 조각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노동 강도와 비교해 좀처럼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버스업계와 기사님들.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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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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