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2차전]
‘안보 위협시 관세’ 무역법 232조 근거… 글로벌 관세 15%와는 별도 검토
韓수출 강세품목 포함… 재계 우려
“상무부-USTR, 새 관세 주도권 경쟁”
미국 백악관이 21일(현지 시간) X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과 ‘새 관세(New Tariffs)’라는 글을 합성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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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로 자신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인 ‘관세 정책’ 추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플랜B’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특히 WSJ는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새로운 국가 안보 관세(new national security tariffs)를 검토 중”이라며 “대용량 배터리, 주철 및 철제 부속품, 플라스틱 배관, 산업용 화학물질, 전력망, 통신 장비 등 6대 산업 분야를 부과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6개 산업에 대한 새로운 관세는 새로 생긴 15%의 글로벌 관세와는 별도”라고 덧붙였다. 미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회 승인 절차는 없지만 상무부의 조사가 필요하다.
6개 산업 중 배터리, 전력망, 통신 장비 등은 한국이 강세를 보여 온 수출 품목이라 국내 산업계 우려도 크다. 한 전력기기 업체 관계자는 “관세가 오락가락할 때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당혹스럽다”며 “언제 어떤 조항을 근거로 추가 관세가 부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맺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고 했다.
● 美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USTR은 무역법 301조 통해 관세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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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연방대법원이 위법이라고 판단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대신 대통령 권한으로 활용 가능한 각종 무역법을 동원해 새로운 관세 부과 근거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해당 작업은 상무부와 미무역대표부(USTR) ‘투톱’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무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 위협 품목에 대해 보복 조치를 허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USTR은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무역법 301조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된다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알루미늄, 구리, 자동차, 트럭 및 자동차 부품과 같은 분야에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또 이미 반도체, 의약품, 드론, 산업용 로봇,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 등 9개 산업에 대해 관세 부과를 목표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WSJ는 “상무부의 조사 결과 발표 시기나 관세 부과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이들 조사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상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는 1년여가 걸리지만 이를 수개월로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일단 관세 부과가 결정된 뒤에는 재조사 없이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관세율을 바꿀 수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직후 “(자국) 소비량보다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들의 과잉 생산 능력과 관련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타깃으로 할 것임을 시사했다.
USTR은 과잉 생산 외에도 강제 노동, 의약품 가격 책정,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해양 오염, 해산물 및 쌀에 대한 불공정 무역 관행 등 다양한 무역 문제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논란이 돼 온 쿠팡 사태가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과 관련한 조사에서 한국 정부 및 산업계에 대한 문제 제기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NYT, “새 관세 주도권 놓고 USTR과 상무부 경쟁”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은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때로는 패배처럼 보이는 일이 전략적 승리로 판명되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이 그런 사례”라며 “법원은 IEEPA에 의한 관세 부과가 잘못됐다고 했지 관세 자체, 다른 무역법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한쪽 문은 닫혔지만 다른 한쪽 문은 활짝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 다양한 조치를 통한 관세 부과가 가능하단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행정부는 신속하고 강력한 관세 부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이제 관건은 새 무역법에 따른 관세가 기존과 얼마나 유사할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지”라고 진단했다.
또한 상무부와 USTR이 적극적으로 상호관세를 대체할 수 있는 관세 부과 수단을 모색 중인 것을 두고 NYT는 “새 관세의 주도권을 두고 USTR과 상무부가 내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법이다. 적용 시 의회 승인 절차는 없지만 상무부의 조사는 필요하다. 통상 관련 조사는 1년여가 걸린다. 일단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 재조사 없이도 대통령 권한으로 관세율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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