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미정(고아성)과 경록(문상민)이 우산을 나란히 쓰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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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랑을 한다’는 명제는 과연 진실일까. 혹시 사랑에도 자격이 필요한 건 아닐까.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는 사랑이 내 몫이 아니라고 느낀 적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픈 영화다. <탈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만든 이종필 감독(46)은 백화점에서 일하는 세 청춘의 이야기를 통해 불안한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무용수를 꿈꿨지만 꿈을 포기하고 백화점 주차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록(문상민)은 같은 백화점 직원 미정(고아성)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사회성 없이 어두운 인상의 미정은 모두의 기피 대상이다. 경록은 센서등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지하창고에 숨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미정의 곁을 맴돈다.
호의가 익숙하지 않은 미정은 어찌할 바 모른다. 괴짜 동료 요한(변요한)은 그런 경록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동정하지 말라”고 다그친다. 모두가 둘 사이를 의심조차 하지 않지만, 경록의 관심은 진심이다. 영화는 그 마음을 받으며 변화하는 미정의 나날을 그린다.
이종필 감독. 넷플릭스 제공 |
박민규 작가의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2009)가 원작이다. 너무나 유명한 원작은 “특별하다 싶을 정도로 ‘못생긴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30대에 접어들 무렵 이 책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다는 이 감독은 10년 전부터 책의 영화화를 꿈꿨다. 하지만 ‘못생김’이라는 표현에서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오랜 세월이 걸려 그가 해석한 ‘못생김’은 외모에 있지 않다. “사랑할 자신이 없는 못남을 그리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엄청 꾸몄는데도 자신이 없거나, 막연히 저 사람이랑은 안 될 거 같다고 포기하는 마음 같은 건 누구나 경험이 있지 않을까요.”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이 말했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미정(고아성)과 경록(문상민).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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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주로 전개되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경록의 갑작스러운 애정에 곤란하기도, 설레기도 한 미정의 시점을 오래 비춘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다보니 미정과 함께 남겨지더라”면서 “(집앞까지 데려다 준) 경록과 헤어지고 난 후 미정의 마음이 어떨까가 궁금하더라. 불안하지만 황홀하고, 마냥 좋아하기보다는 한숨을 쉴 거 같았다”고 했다.
미정 역을 연기한 고아성 배우의 영향이기도 하다. 과거 구상만 하던 시절, 사석에서 만난 고아성이 미정 역에 관심을 갖자 이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근데…, 예쁘시잖아요”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에 잠자코 있던 고아성이 말했단다. “저는 이 인물의 눈을 표현할 수 있어요.” 이 감독은 영화의 방향을 잡을 때 그 말이 계속 맴돌더라고 했다.
<파반느>의 요한(변요한), 경록(문상민), 미정(고아성).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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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매끈하지 않음’이다. “(보통의 로맨스물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고민 없이 매끈하게 만나잖아요. 왕자의 고백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죠. 그런데 미정에게는 (경록의 애정이) 너무 클 것 같았고, 고민할 것 같았고, 그게 더 서툴지만 진짜 같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시각적으로도 불균질한 영화가 됐으면 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따뜻한 동화같은 색채를 띄는데, 사이에 의도적으로 “쌩뚱 맞은” 장면들이 들어 있다. 원작에도 나오는 ‘인디언 이야기’에 인디언 족장의 모습을 찍어 삽입하기도 하고, 독백이 많은 요한의 장면들은 진짜 있었던 일인지 요한의 상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게 연출한다. 이 감독은 “이 요소, 저 요소가 불균질하게 들어 있어 ‘이게 뭐야’ 할 수 있지만, 요즘 너무 매끈한 게 많으니 오히려 이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의 경록(문상민)과 요한(변요한).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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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담은 만큼, 빛 연출에 공을 들였다. 미정이 일하는 캄캄한 지하, 센서등을 켜기 위해 손을 휘젓는 미정과 경록의 모습이 마치 서로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으면 했다고도 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부러 정해두지 않았다. LP판 가게, 오래된 호프집과 백화점 등은 옛 것처럼 느껴지지만, 레트로가 여전히 사랑받는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배경이다. 이 감독은 “누군가는 80년대 느낌이 난다고 하고, 90년대 느낌이 난다고도 하더라”며 “왜 다를까 생각해보니 각자 자신이 20대였던 때를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오랜 염원을 담아 만든 작품인 만큼, 이 감독은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밀착한 보다 본질적인 사랑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위로로 다가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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