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이 잇는 새만금 '휴머노이드 로봇 성지 : "무(無)"에서 "함께"로
새만금 현장에서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이 던진 이 한 문장은, 의전용 멘트가 아니라 한국 산업사의 심장박동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문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새만금을 울산 이상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전언은, 지역과 산업의 ‘좌표’를 다시 찍겠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이 장면을 우리는 단순한 “투자 유치”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건 ‘숫자’의 뉴스가 아니라 ‘방향’의 뉴스다. 정주영이 모래밭에서 조선소를 보았듯, 이제 정의선은 갯벌을 메운 땅에서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의 미래를 본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는 그 미래가 수도권의 한 복판이 아니라, 새만금이라는 빈 캔버스 위에서 그려질 수 있다고 선언했다.
새만금 방조제 전경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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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시대는 “제조의 시대”였다. 철과 콘크리트와 강철선이 나라의 속도를 만들었다. 반면 정의선의 시대는 “지능의 시대”다. 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와 전력과 알고리즘을 먹고 자라는 산업 생명체다. 그래서 이번 새만금 프로젝트는 공장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산업 체질을 갈아엎는 문제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새만금에 로봇·AI·수소를 묶은 혁신 성장 거점을 세우겠다고 했고,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AI 수소 시티 등으로 큰 축을 제시했다.
즉, 새만금은 “공장 부지”가 아니라 전력-데이터-제조-도시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실험장이 된다. 이게 가능해지면, 전북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변방이 아니라 표준이 된다. ‘먼저 해보는 곳’이 ‘먼저 이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의겸 청장의 소회가 가진 의미를 짚어야 한다. 그는 “새만금 방조제”라는 물리적 유산이 단지 과거의 토목이 아니라, 미래 산업으로 이어지는 다리임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자신이 약속한 것도 분명하다.
피지컬 AI 거점, 산소 에너지 모델, 스마트시티.이 세 줄은 지역 홍보의 문장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문장이다.
하지만 선언은 언제나 쉽다. 어려운 건 실행이다. 새만금이 “제2의 울산”이 되려면, 울산의 복제본이 아니라 새만금만의 원형 모델이 되어야 한다. 울산이 자동차와 조선으로 세계를 만났다면, 새만금은 휴머노이드와 수소, 그리고 AI 데이터센터로 세계를 만나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이 필요하다.
첫째, 원스톱 인허가와 시간표 정치다. “규제 문턱을 낮추겠다”는 말은 감동을 주지만, 기업은 감동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력 계통, 용수, 통신, 물류, 환경 심의, 인재 주거—이 모든 것이 ‘언제까지’라는 날짜로 찍혀야 한다. 늦어지는 순간, 성지는 신기루가 된다.
둘째, 전북형 인재 시스템이다. 공장이 들어오면 일자리는 생긴다. 그러나 청년이 남는 도시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교육과 문화와 주거가 한 패키지로 가야 한다. ‘젊은 사람이 머무는 도시’ 없이, 혁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셋째, 지역 환류 구조다. 대기업 단독의 섬이 되면 균형발전은 실패한다. 협력사와 스타트업, 지역 대학, 연구기관, 중소기업, 전통산업이 연결되는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새만금은 “대기업의 땅”이 아니라 “전북의 땅”이 된다.
이제 정동영의원(통일부 장관)을 필두로 전주시를 지역구로 둔 정치권 인사들이 수년간 쌓아올린 “AI 제조 전환(AX)과 피지컬 AI”의 맥락을 놓치면 안 된다. 전북이 피지컬 AI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늘 갑자기 생긴 구호가 아니다. 국회 예산과 제도, 로드맵, 실증 기반을 놓고 ‘집요하게’ 이어진 작업이 있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현대차회장이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MOU 서명식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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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오늘 새만금의 투자 협약은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이 아니라, 정치·행정·산업의 복합적 누적이 터진 결과다.
여기에 순창출신의 정동영의원이 스스로 던진 비유—“피지컬 AI는 전주비빔밥의 고추장”이라는 말—은, 지역 감성의 장식이 아니라 개념을 정확히 찌르는 설명이다. 서로 다른 로봇, 서로 다른 공정, 서로 다른 데이터가 하나의 협업지능으로 묶일 때 생산성이 폭발한다는 뜻이다.
전북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고추장을 더 잘 만들고, 더 크게 담아내고, 더 멀리 팔 수 있게 판을 까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전북은 “처음부터 소외된 땅”이 아니었다. 해방과 건국의 격랑 속에서 전북 출신 인물들이 헌정 질서와 공화국의 기틀을 세우는 과정에 깊이 참여했다. 예컨대 인촌 김성수와 근촌 백관수는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언론의 현장에서 활동한 인물로 정리된다.
백봉 라용균은 제헌의원과 국회 부의장 등을 지낸 인물로 평가된다. 가인 김병로는 제헌헌법 관련 자료와 연구에서 핵심적 인물로 다뤄진다.
이런 이름들을 굳이 다시 꺼내는 이유는 하나다. 전북의 오늘을 ‘우연한 불운’으로만 치부하지 않기 위해서다. 전북은 원래 역사에서 멀지 않았고, 대한민국 출발의 중심에서 오래 일했다.
1949년 대한민국 인구가 2000만명 일때 전북 인구는 10분의 1인 200만명이었다.오늘 5200만명의 대한민국, 800만 해외동포 시대에 대다수 전북인들은 생존을 위해 타지로, 해외로 흩어져 살고있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산업의 주소지가 바뀌는 과정에서, 전북은 반복적으로 ‘뒤로 밀려난 체감’을 쌓아왔다.
그래서 오늘의 새만금은 단지 산업단지가 아니다. 전북이 다시 ‘국가의 약속’ 안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지역균형발전이 시혜가 아니라 생존전략이라면, 그 생존전략이 가장 먼저 “주소지”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
새만금을 ‘휴머노이드 로봇 성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는, 대한민국의 성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아시아의 성지, 세계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 성지는 기도가 아니라 표준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배우러 오고, 기업이 시험하러 오고, 청년이 꿈을 들고 모여드는 곳. 그곳이 성지다.
그러려면 전북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무(無)”—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땅에서, “함께”—서로 손을 잡는 힘으로 산업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전북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행정은 더 빠르고 더 친절해야 한다. 기업이 “불안해서 못 간다”는 말을 하지 않게 하라.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원’을 특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비용으로 관리하라. 과감하되 투명하고, 빠르되 공정하라.
대학과 연구기관은 실증을 생활화하라. 논문으로 끝내지 말고, 공장과 도시에서 작동하게 하라.
지역 기업과 청년에게 기회를 설계하라. 대기업의 그림자 아래 밀려나지 않게, 성장의 사다리를 지역에 걸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170만 전북도민과 350만 국내거주 출향도민, 80만 해외거주 출향도민에게 부탁한다.
이 일은 누군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대기업이, 어느 영웅이—결정적 순간에 문을 열어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문을 지나 ‘도시의 운명’을 바꾸는 건 결국 지역의 사람들이다.
정주영이 남긴 유산은 “대단한 회사”가 아니라 “대단한 방향”이었다.정의선이 새만금에서 이어야 할 것도 그 방향이다.
사람의 가능성을 믿고, 기술을 사람에게 돌려주며, 산업의 지도를 바꾸는 것.
모래밭에서 꽃을 피우는 일은 어렵다.그러나 한 번 피면, 그 꽃은 모래를 땅으로 바꾼다.
오늘 새만금이 그 시작점이다.
전북은 이제 소외를 말하는 지역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전주시와 전북도는 혼과 열정과 성실로 이 도전을 “동반”해야 한다.
총 600만 전북인은 분발해야 한다.
무(無)에서 함께로—그리고 세계로.
아브라함 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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