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캐릭터로 MZ세대 저격 마케팅
제품에도 구미호 스토리 입혀 일체화
그래픽=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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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광고]는 우리나라 식품유통업계의 광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들을 소개하고 그 뒷 이야기들을 펼쳐보는 콘텐츠입니다. 꼴찌 브랜드를 단숨에 1위로 만든 '최고의 광고'부터 잘 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을 불러온 '최악의 광고'까지, '광고의 정석'부터 '광고계의 이단아'까지. 우리의 인상에 남았던 여러 광고 이야기를 나눠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추억의 광고는 뭔가요? 혹시 이 광고 아닌가요.[편집자]
한복을 입은 물빛 머리 소녀가 달빛 아래에서 춤을 춘다. 사람인가 했지만 큰 귀가 달렸고 꼬리가 아홉 개다. 새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의 예고편일까. 달빛이 비치는 정자에 올라선 구미호가 소주를 마시고 그 뒤로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 새로 만나는 부드러움, 처음처럼 새로"
주류업계의 광고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게 '맥주는 남자, 소주는 여자 모델을 쓴다'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기억하는 유명 맥주 모델들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오비라거로 '랄라라 송'을 유행시켰던 박중훈, 한국 맥주도 맛있다고 외쳤던 카스의 고든 램지, 테라 하면 생각나는 공유가 대표적이죠. 롯데칠성의 클라우드 정도가 전지현과 김태리로 이어지는 여성 모델을 기용한,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입니다.
소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참이슬 하면 바로 아이유가 떠오르죠? 그 전에도 이영애와 황수정, 박주미, 김정은, 김태희 등 국가대표 여배우들이 참이슬을 마셨습니다. 처음처럼을 '흔들던' 이효리를 시작으로 이영아, 제니, 수지도 처음처럼과 함께한 여성 스타들입니다.
참이슬의 광고모델인 가수 아이유/사진=하이트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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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경우 시원함과 짜릿함, 청량감을 강조하는 술입니다. 광고의 키 비주얼 역시 흘러넘치는 거품이나 탄산 기포,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건배를 나누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죠. 그래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배우들이 주로 맥주 광고를 찍곤 합니다. 반대로 소주는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를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 스타, 그 중에도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강한 스타들을 주로 섭외하는 거죠.
이런 주류 시장에 파격적인 광고가 하나 등장합니다. 구미호 캐릭터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광고를 내세운 '처음처럼 새로'입니다. 새로가 소수의 마니아층을 노리는 제품이 아닌, 처음처럼의 부진을 씻어 줘야 했던 기대작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한 도전이었습니다.
새로구미
이 광고의 주인공인 구미호의 이름은 '새로구미'. 새로의 홍보를 위해 롯데칠성이 자체 제작한 캐릭터입니다. 구미호는 옛날 이야기에서 사람의 간을 빼 먹는 요괴로 등장하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간 전문의'라는 캐릭터를 입혀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내놓은 겁니다.
구미호 캐릭터 새로구미의 목소리는 가수 정은지를 캐스팅해 화제가 됐는데요. 이후 조유리, 김혜윤, 천우희, 김율, 정채연 등이 뒤를 이어 '여구미'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듬해부터는 '자뻑 캐릭터' 속성의 남성 구미호 '남구미'도 등장합니다. 배우 이도현이 완벽한 연기를 펼쳤죠. '새로 살구'의 광고에 등장한 '2대 남구미'에는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 역할을 맡아 인기몰이 중인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이 목소리를 맡기도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광고는 인간 모델을 기용했을 때보다 제작 단가가 낮아지고 긴 스토리텔링 광고를 만들기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양한 뒷배경과 설정 등을 공개하고 캐릭터 간 관계를 구축한 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죠. 실제로 롯데칠성이 새로구미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광고 편수만 50여 개에 달합니다.
그렇다고 광고와 제품이 따로 놀면 '안 하느니만 못 한' 시도가 돼 버립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 광고는 제품의 콘셉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좋은 광고였습니다. 한복을 입은 조선풍 캐릭터들은 새로의 백자 디자인 병과 맞물리며 직관적으로 '한국적인 술'이라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합니다.
새로구미의 캐릭터에도 '새로'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의 간을 먹던 구미호가 개과천선해 강릉동대굴에 갇혀 지내다가 '천연암반수'를 마시고 지금의 새로구미가 됐다는 스토리가 있는데요. 강릉동대굴은 새로를 제조하는 롯데칠성 강릉공장 근처에 있는 동굴이고요. 천연암반수는 물론 '새로'의 깨끗함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지난해엔 먹기 좋은 온도가 되면 소주 라벨에 그려진 구미호의 꼬리가 6개에서 9개로 변하는 '변온 라벨 에디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단순한 변온 라벨에 구미호의 캐릭터 특성을 반영해 구미호와 새로의 연계성을 스토리텔링한 마케팅입니다.
잘 나간다 새로
새로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트렌드였던 제로 슈거 소주라는 점 외에도 백자를 연상케 하는 투명한 병 디자인, 흰색과 민트색의 세련된 컬러로 기존의 '촌스러운 소주'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죠. 출시 4개월 만에 5000만병,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렸고 만 3년째인 지난해 여름엔 7억병 돌파에 성공합니다.
새로 출시 전인 2021년 2841억원이었던 롯데칠성의 소주 매출은 새로 출시 첫 해인 2022년 3400억원대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새로의 판매량이 연간으로 반영된 2023년엔 4000억원대를 회복했습니다. 10%대가 위태로웠던 시장 점유율도 다시 20%를 넘보게 됐죠. 구미호가 위기의 롯데칠성을 구원한 겁니다.
새로는 최근의 소주 트렌드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MZ소주'이기도 합니다. 새로는 알코올 도수 16도, 제로 슈거 콘셉트로 출시됐는데요. 당시 '대세'는 참이슬과 진로의 16.5도였지만 이보다 0.5도 낮춘 도수로 깨끗한 맛을 강조했습니다. 새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 보니 결국 하이트진로도 진로의 도수를 16도로 낮추고 '제로 슈거' 제품을 출시합니다. 업계 선두인 하이트진로가 후발 주자를 따라한 셈입니다.
롯데칠성 새로 3종/사진=롯데칠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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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업계에 흔한 과일맛 소주 역시 새로는 '뻔한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과일소주는 청포도, 딸기, 복숭아, 자몽 등이 일반적인데요. 과일맛이라고 해도 색깔은 보통 소주와 같은 투명한 색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새로는 다른 브랜드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살구와 다래맛을 내놨습니다. 술 색도 살구와 다래를 연상케 하는 빛입니다. 어디에서나 인증샷을 찍는 MZ세대에게 딱 맞죠?
올해 초엔 도수를 다시 한 번 15.7도로 내립니다. 출시 3년 만에 리뉴얼을 단행한 건데요. 한 달 뒤인 이달 중순 하이트진로도 진로의 도수를 15.7도로 낮춥니다. 이정도면 새로가 '저도수 소주' 시장의 트렌드 리더라는 점이 분명해진 셈입니다. 그리고 새로의 성공에서 '새로구미 광고'는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다른 브랜드들도 꼭 술 광고에 인기 연예인을 기용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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