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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2 (월)

    [사설] 정보 유출 99일 만에 미국에만 사과한 쿠팡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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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쿠팡 창업주 김범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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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지난달 27일 작년 쿠팡의 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개인정보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에게 끼친 심려와 불편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20일 쿠팡 회원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처음으로 ‘구두 사과’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미국 주주나 투자자들을 향한 것일 뿐, 피해 당사자인 한국 소비자에겐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재발방지 약속도 충분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서면 사과’한 김 의장이 두 달여 만에 육성으로 사과한 건 국내 소비자들의 ‘탈팡’ 행렬로 실적이 둔화하자 잠시 고개를 숙인 것에 불과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15억원(8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고, 당기순이익은 순손실 377억원(2600만달러)으로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이날 김 의장의 태도를 보면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고려 대상이 아닌 듯했다. 사용처를 일방적으로 정한 데다, ‘재가입 유도 꼼수’로 비판받는 보상안에 소비자 반발이 컸지만 김 의장은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직 고객을 섬기는 데 집중하며 데이터 사고를 수습했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 아니라 과로사·새벽배송, 납품업체 쥐어짜기 등으로 악명이 높다. 정부의 조사와 시민단체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압박’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대응하고 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를 앞세워 무역법 301조에 따라 한국 정부의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를 포함한 무역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로 하여금 한국에 통상압력을 가하도록 획책하는 쿠팡의 태도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쿠팡의 과오를 엄정히 추궁하길 바란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안권섭 상설특검이 당시 지휘부였던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를 기소했다. 이들은 쿠팡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정황이 확인되는 핵심자료들을 확보하고도 불기소 처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쿠팡과 검찰 간 유착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은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우롱하는 ‘배짱 영업’을 멈추지 않는 한 쿠팡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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