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검사가 특정인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법을 왜곡 적용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이 법안의 배경에는 검사 출신 대통령 재임 시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야당에만 혹독하게 행사한 사례들,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한 이례적 속도나, 지귀연 판사의 납득하기 어려운 구속취소 결정 등이 있다. 법왜곡죄 신설은 어쩌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기보다는 국민으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보이는 사법에 대한 불신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법을 왜곡한 수사와 재판을 바로잡겠다는 선의와는 별개로, 이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법왜곡죄의 원조는 독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이 법이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판사의 ‘법 해석’과 ‘법 왜곡’ 사이의 경계가 워낙 모호하고,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매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요란하게 칼을 뽑아 들었지만 정작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상징적 조항’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 큰 우려는 이 법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나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이해당사자가 법왜곡죄 고발을 남발한다면, 판사는 소신 판결 대신 ‘안전한 판결’만을 좇게 되고, 검사는 복잡한 거악 척결보다는 보신과 책임 회피에 급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보다 오히려 더 훼손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다행히 본회의 직전 제출된 수정안은 법조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했다. 적용 대상을 ‘형사사건’의 재판·소추·수사 담당자로 한정하고, 논란이 되었던 ‘논리나 경험칙에 반하는 사실인정’ 처벌 조항을 삭제해 ‘적법한 증거가 없음을 알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한 경우’로 구체화한 것은 분명히 크게 개선된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형사사법 위축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가장 큰 우려는 법왜곡죄의 ‘독일식 외형’과 한국의 ‘수사 관행’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법안의 모델이 된 독일의 경우,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가 판사를 고발하더라도 검사가 ‘혐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 압도적 다수를 수사 개시 없이 각하한다. 반면, 대한민국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우리 형사소송법상 누구나 고발을 할 수 있고, 고발이 접수되면 원칙적으로 수사가 개시되며, 각하처분은 검찰사건사무규칙상 동일 사건의 재고발 등 지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즉, 유죄 판결을 받은 당사자나 무죄 판결을 접한 피해자가 “판사가 나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또는 상대방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기 위해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했다”고 고발장을 제출하면, 해당 판사는 곧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형사 입건되어 조사를 받아야 할 위험에 노출된다.
비록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법에 ‘합리적 범위 내의 재량적 판단은 제외한다’는 면책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이 역시 ‘합리적’이라는 모호한 기준 때문에 수사 초기 단계의 필터링 장치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모든 형사재판 판사는 잠재적으로 “언제든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 속에 놓이게 된다. 판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판사를 고발해 수사기관의 포토라인에 세우거나 피의자 신문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이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법왜곡죄는 ‘법치신뢰 회복’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되었지만, 한국적 수사 관행과 결합하는 순간 ‘빈대(법왜곡)’를 잡기 위해 사법 독립이라는 ‘초가삼간’을 화마에 내던지는 격이 될 수 있다.
본회의 직전의 조문 수정으로 최악은 면했을지 모르나, 판사가 ‘피의자’가 되는 문턱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법왜곡죄의 신설은 사법부의 소신을 위축시키고 더 나아가 법조계의 공직 기피 현상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 진정한 사법개혁은 처벌의 공포를 심기보다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공권력 행사를 막고 재판의 독립성과 법관의 책임을 함께 강화하는 예리한 개혁 조치들이 중단 없이 강구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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