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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2 (월)

    “日 국민 대부분은 韓에 ‘과거사’ 사과 당연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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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목사-사위 히라시마 목사, 韓서 40여년 대이어 ‘사죄 사역’

    요시다 日서 요양… 사위가 이어받아

    “日국민들 일제강점기 만행 몰라

    반성하려면 먼저 과거사 알려야”

    동아일보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2019년 2월 27일에 요시다 고조 목사(오른쪽) 등 일한친선선교협력회 방문단이 경기 화성 제암교회를 찾아 일본의 과거사를 사죄하던 모습. 히라시마 노조미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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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국민 대부분은 (정부와 달리) 과거사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에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서울 일본인교회에서 만난 히라시마 노조미(平島望·60) 목사는 “일본 정부 입장을 일본 국민의 생각으로 여기지 말아 달라”라고 했다. 히라시마 목사는 4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일본의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양국의 화해를 위한 사역을 해온 요시다 고조(吉田耕三·85) 목사의 사위. 요시다 목사는 고령과 지병으로 지난해 11월 일본으로 건너가 요양 중이다. 히라시마 목사가 대를 이어 ‘사죄와 화해를 위한 사역’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히라시마 노조미 목사(왼쪽 사진)는 “장인(요시다 고조 목사·오른쪽 사진)이 일본인들을 데리고 독립기념관 등을 찾는 건 역사를 몰라서 회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일본인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히라시마 노조미 목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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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이 한국에서 40년 넘게 과거사 사죄 사역을 했다는 게 뜻밖입니다.

    “장인어른은 1974년 한국에서 열린 한 기독교 대회에 참석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어요. 당시 한국은 기독교가 엄청나게 확산할 때였거든요. 처음엔 한국에서 기독교가 부흥한 이유를 알고 싶어 3·1운동 때 학살이 벌어진 경기 화성 제암리 교회 등 기독교 유적지를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만행을 알게 됐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굉장한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양국 화해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한국으로 오셨다고요.

    “1981년 아내, 두 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고 ‘사죄와 화해의 선교’를 평생의 사명으로 삼으셨으니까요. 양국이 화해로 가는 길은 먼저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이젠 됐다’라고 할 때까지 진정 어린 사과를 하는 것뿐이라고 늘 말하셨습니다. 일본이 먼저 한국을 침략하고, 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았으니 당연하지요. 또 한편으로 40여 년 동안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편지를 일본 교회는 물론이고 총리나 외상, 문부상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보냈습니다. 일본 언론에도 과거사의 진실을 알리는 기고를 수시로 보냈고요.”

    ―방한 일본인들을 위한 ‘스터디 투어’도 직접 인솔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한 역사를 모르고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지요. 늘 함께 제암리 교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중근의사기념관, 독립기념관 등을 찾아 진실을 알리셨습니다. 제암리 학살 사건 100주년인 2019년 4월에는 일한친선선교협력회와 함께 제암리 순국 기념비 앞에서 직접 사건을 설명하고 깊이 사죄하셨지요.”

    ―안중근의사기념관까지요? 함께 간 사람들이 좀 놀랐겠습니다.

    “하하하, (안 의사가 사살한) 이토 히로부미는 (태평양전쟁) 이전 세대에겐 위인이겠지만, 사실 전후 세대는 잘 몰라요. 한때 돈(1000엔)에 나온 분이라는 거 정도? 장인은 일본인들에게 안 의사의 행동을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가족을 안 지키는 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늘 설명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일 뿐이라고요.”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학교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일본에선 일제강점기 역사를 많이 가르치는 곳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장인도, 저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일본의 만행이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일본 정치인 상당수가 일제강점기 정치인들의 후손이란 점도 원인이라고 봅니다. 자신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했던 일을 사과해야 하니까요. 독일은 나치와 완전히 손을 끊어 상대적으로 사과가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요시다 목사님 건강은 어떠십니까.

    “요양원에 계신데, 지난해 뇌출혈이 있고 난 뒤에는 팔다리에 약간 마비 증세가 있으세요. 그래서 휠체어를 이용하시지요. 연세가 있으셔서….”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화해하는 날이 올 수 있겠습니까.

    “장인도 말했지만, 먼저 일본이 과거 잘못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사를 정확히 알고 배워야지요. 물론 아프겠지만 이런 과정 없이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양국 기독교계가 다리가 돼 앞장섰으면 합니다. 정치로 풀긴 쉽지 않지만, 양국 교회가 하나 돼 각자 이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스터디 투어에 참여했던 일본 기독교 미션스쿨 학생들이 떠나면서 요시다 목사님께 준 선물이 있어요. 태극기에 소감을 적은 것인데, ‘역사를 알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내용입니다. 갈라진 것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예수가 걸은 십자가의 길이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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