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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2 (월)

    [김승련 칼럼]장동혁-한동훈, 알고 보면 운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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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보다 내 권력 먼저’라는 틀 갇힌 張

    ‘전투 이기고, 전쟁엔 진다’ 비판받는 韓

    한쪽 일방적 승리 불가능… 싸우면 공멸

    부정선거론-尹 단절 후 손잡으면 윈윈

    동아일보

    김승련 논설실장


    국민의힘은 되는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느낄 것이다.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 모임처럼 더불어민주당에서 몇몇 비판거리가 등장했지만, 외려 양당 지지율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이 난국을 누가 풀까. 장동혁 당 대표, 제명당한 한동훈 전 대표 두 사람일 수밖에 없다. 둘 다 자기 계파의 눈으로만 보면 세(勢)를 이룬 것 같지만, 한 발 떨어져 보면 정도의 차이일 뿐 확장이 없다. 더 급한 건 장 대표다. 당을 더 오른쪽으로 끌고 가면서 중도층을 잃은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당이나 보수정치의 앞날은 어찌 되건 자기 권력만 챙긴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한 채 앞날을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장 대표가 살아나려면 이젠 식상한 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두 세력과 갈라서야 한다. 첫째, 부정선거론자들이다. 국힘은 그동안 그들을 공개적으로 옹호할 자신도 없으면서 적당히 두둔해 왔다. 유권자의 10∼20%쯤으로 짐작되는 이들의 지지를 손쉽게 챙기는 쪽이었고, 장 대표도 당 대표 선거 때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부정선거는 근거가 없는 음모론에 머물고 있다. 엊그제 이준석-전한길 토론을 봐도 서버 해킹이건, 조직적 투표용지 부정 사용이건 뾰족한 단서가 제시되지 않았다.

    파면당한 대통령조차 손대지 못한 게 선관위 서버다. 그걸 열어 보려면 국민의힘은 국회 과반 의석을 얻어 입법을 하는 길밖에 없다. 국힘은 음모론에 곁불 쬐기를 중단하고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 부정선거론을 공식 의제로 채택해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할 것을 바란다. 자신 있으면 공론화시켜 국민들을 설득하든가, 아니라면 부정선거론자들이 얼씬도 못 하도록 해야 한다. 부정선거론자들을 향해 ‘때를 기다리며 전술적 후퇴를 하자. 그러니 당분간 입을 닫자’고 제안할 수도 있겠다. 어느 쪽이든 앞으로 국힘이 부정선거에 기대는 흔적이 보이면 중도층 표는 포기하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장 대표는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해야 한다.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었을 이야기겠다. 국힘이 국회에서 겪는 굴욕과 좌절은 2년 전 총선 참패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디올백 수수, 무리한 의대 증원 등 직접적인 패인을 여럿 제공했다. 당내에선 한동훈 책임론이 만만찮지만 윤석열 책임론과는 비교할 것이 못 된다. 장 대표가 변절자로 욕먹을 각오로 절연에 나선다면 당장은 힘든 정치를 해야 하지만, 그 결단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장 대표가 요구받는 두 갈래 배신은 당과 자신이 살아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일 뿐이다. 여기에 장-한 사이의 감정싸움 중단이 더해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은 운명공동체가 돼 버렸다. 어느 한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무너지는 일은 팽팽한 당내 지지 구도로 볼 때 가능성이 낮다. 지금처럼 싸우다간 둘 다 공멸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및 윤 어게인과 결별하는 걸 전제로 두 정치인이 손을 잡는다면 둘 다 보수의 지도자로 성장할 길이 남아 있다.

    그러자면 이번엔 한 전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어 ‘한동훈식 정치력’을 입증할 차례다. 대구 서문시장에 인파가 더 모였으니 한동훈은 장동혁을 이긴 것인가. 장 대표를 ‘나의 스태프’라고 불러서 일이 더 잘 풀렸나. 그렇게 이긴들 중도층은 실망하고, 끌어안아야 할 국힘 당원들 상당수가 마음을 닫는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순간의 논쟁에선 이길지 몰라도, 넓은 품이 아쉽다’는 평가를 듣는 한 전 대표다.

    동지였다가 결별한 두 사람이기에 의기투합이 어렵다는 걸 잘 안다. 둘 다 법률가로 잔뼈가 굵은 터라 정치적 유연함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또 핵심 조언그룹의 생각도 바뀌는 게 쉽지 않을 거다. 그렇더라도 무너진 보수정치를 되살려야 하는 책무를 위해 소아(小我)를 못 버린다면, 정치는 왜 하는 건가. 내키지 않더라도 연기(演技)하는 성의는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과거 생각과 달리 대일본 협력과 새 원전 허가를 결심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내부 정지 작업을 통해 진영 불만을 다독였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국민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동혁-한동훈 두 사람이 표변(豹變)해야 한다. 당을 위해, 국가를 위해 표변 못 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야 부정적인 말이지만, 중국 문헌에 처음 등장할 당시 표변이란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된 군자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변신한다는 의미였다. 이걸 못 한다면 큰 정치 꿈은 버리는 게 맞다.

    김승련 논설실장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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