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연구가 도곡동 강쌤, 신간
K푸드 전성시대를 맞아 각종 한식 메뉴들이 각광받고 있는 요즘,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궁중만두, 섭산적, 도토리묵, 들기름 등 낯선 전통 음식이거나 소박한 밥상의 반찬이다. 서양에서는 돼지나 동물의 먹이로 여겨지는 도토리를 우리 조상들은 껍질을 까고 갈아서 앙금을 내리고, 불앞에서 끓여 굳히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묵을 만들어 먹었는데 이 과정에는 수천년간 쌓인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다. 궁중만두는 고문서 속에 남아있는 역사적 자료로 넘겨버리기 쉽지만 저자는 이를 우리 밥상에 재현할 수 있도록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 왕실의 품격있는 사치였던 전복만두, 늦여름에만 부지런떨어 맛볼 수 있는 동아만두, 예술작품으로 밥상을 치장할 수 있는 석류만두 등 이런 만두도 있었나 싶게 흥미를 돋운다.
오메가3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는 시중에 캡슐형태로 섭취할 수 있는 제품까지 등장했지만 전통 식재료인 들기름은 상대적으로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다. 저자는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유명 셰프들은 반드시 냉압착 방식의 생들기름을 챙겨갈만큼 외국에선 이미 열광하는 식재료가 됐다”면서 “선조들은 깨를 볶지 않고 쪄서 누름틀로 천천히 짜냈는데 이같은 지혜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 냉압착 생들기름”이라고 강조했다.
책 제목 ‘자밤’은 대중적으로 생소한 단어인지 모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우리말 단위명사로, 나물이나 양념 따위를 손가락 끝으로 한번 집을만한 분량이다. 엄지와 검지, 그리고 중지까지 세 손가락을 둥글게 모아 쥐는 행위를 가리킨다. 흔히 사용하는 ‘꼬집’이라는 말이 익숙할 수 있겠으나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따르면 꼬집은 엄지와 검지, 즉 두 손가락 끝으로 집을만한 분량을 뜻한다.
저자는 “꼬집은 날카롭고 예리한 뉘앙스라면 자밤은 흩어져 있는 것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포용의 원”이라며 “시골집 툇마루 부엌을 연상시키는, 할머니나 어머니의 넉넉한 손맛과 온기가 담겨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학교출판문화원 / 232쪽 /1만8000원
자밤의 미학 |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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