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14시간만에…中왕이 강경 메시지
美, 마두로 이어 하메네이까지…친중 지도자 잇단 축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中 경제 이익에 중대한 위협
전문가 "미중 정상회담 열리더라도 기대치 낮춰야"
"중동 질서 회복 과정서 中 존재감 커질 수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 [사진=중국 외교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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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친중’ 성향의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자 중국 외교수장이 “노골적 살해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 달 앞으로 예고된 미·중 정상회담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이날 저녁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해 "주권국 지도자를 노골적으로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선동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왕 주임의 발언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나온 것이다. 왕 주임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미국 간 협상 과정에서 이란을 공격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즉각적인 군사행동 중단 △대화·협상 복귀 △일방주의 반대 등 중국의 3대 입장을 제시하며 "전쟁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공습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이 공식 발표된 지 약 14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초기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중국이 비교적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낸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미·중 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왕 주임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한 달 앞둔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을 짚었다. 양국이 관계 안정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중동 위기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란산 저가 원유 수입에 크게 의존해온 중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이란의 원유 생산량의 약 80~90%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만큼, 공급 차질은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은 연합조보에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기준 최대 운송국이며, 중동은 주요 산유국이자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거점"이라며 "중동 분쟁이 더 악화할 경우 중국 경제 상업 에너지 및 자원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선임 분석가 제레미 챈은 블룸버그에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행보는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다만 그는 "미중 정상회담 자체는 여전히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신뢰도가 하락한 틈을 타서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외교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며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펑 원장은 "중국의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인 대응이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란의 재건과 중동의 질서 회복 과정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 영사국은 앞서 1일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 “중국인이 부상을 입었고 일부 체류객이 현지에 발이 묶인 상태”라며 "상황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이란 인접 지역 여행을 당분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주경제=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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