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호텔에서 열린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2026'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종현학술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엔진은 슈퍼카, 연료통은 비었다
AI 경쟁력의 핵심은 알고리즘(소프트웨어)에서 연산량 및 인프라(하드웨어)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핵심 하드웨어인 AI 데이터센터가 거대언어모델(LLM)을 학습시키고 추론하는데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와 초고속 네트워크 등과 맞물리며 ‘전기 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한 곳이 연간 쓰는 전력량은 부산시 전체 인구가 사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데이터센터 하나에 원전 하나를 매치해야 한다”고 언급한 건 결코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AI라는 슈퍼카를 가동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거대한 전력 공급원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AI트랙 상태는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SK는 울산에, 삼성은 전남 해남에 각각 데이터센터 건설을 예정인데, 우리 전력시스템이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중앙집중형’ 구조이다 보니, 장거리 송전망 건설은 비용 문제 및 주민 반대에 부딪혀 기본 10년 이상 지연되기 일쑤라는 점에서다. 더 큰 걸림돌은 경직된 제도다. 미국·일본은 데이터센터 옆에 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직접 공급받는 유연함을 발휘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발전소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지어도, 법적으로 반드시 한국전력을 거쳐 전기를 사야 한다. 효율은 떨어지고 비용은 올라가니, 기업들로선 손발이 묶인 채 달리는 격이다.
직접전력거래, AI 3강 하이패스
이젠 관성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제시하는 해법은 ‘직접전력거래(PPA)’다. 지방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생산된 전기를 한전 경유 없이 직접 구매해 쓰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방식이다. 이는 송전망 병목현상을 일시에 해결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낸다. 다행히 국회 법안심사소위에 ‘AI 데이터센터 지원 특별법’이 상정되는 등 여야 논의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PPA 계약을 핵심으로 한 이번 특별법은 우리 AI 산업의 약진에 ‘하이패스’ 역할을 할 게 자명하다.
AI 패권 전쟁은 어느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송전망 건설 여부를 두고 갈등하고, 낡은 전력거래 규정에 묶여 있는 사이 미·일 경쟁국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손흥민의 스프린트가 빛을 발하려면 잘 관리된 잔디구장이 필수이듯, 우리 AI 산업이 목표대로 글로벌 3강에 진입하기 위해선 안정적이고 직접적인 전력 인프라라는 트랙이 먼저 깔려야 한다. 이번 특별법이 우리 AI 산업의 골 결정력을 높이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