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AI 행사에서 ‘악수 패싱’으로 화제
오픈AI와 앤스로픽 앙숙 관계 보여줘
아모데이, MS 투자로 올트먼과 갈등
슈퍼볼 통해 오픈AI 광고 정책 저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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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임팩트 서밋 행사장.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기념촬영을 위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 AI 리더들의 손을 번쩍 들어올린 순간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카메라가 집중된 곳은 모디 총리가 아닌 두 AI 거물,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였다. 단상 위 참가자들은 모두 옆사람 손을 들어올리며 웃어보였지만 두 사람은 예외였다. 이들은 서로 악수를 거부한 채 어색한 표정과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정면만 바라봤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 장면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AI 스타트업 푸치AI의 공동 창업자 시다르트 바티아는 엑스(X·옛 트위터)에 “범용인공지능은 언제 나올까. 다리오와 샘이 손을 잡는 날이겠지”라는 글을 올렸다.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투자파트너인 저스틴 무어는 ”상사와 함께 그룹 프로젝트를 억지로 해야 할 때”라면서 껄끄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한 이 사진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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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돌이킬 수 없는 앙숙 관계가 됐지만 원래 올트먼 CEO와 아모데이 CEO는 오픈AI에서 한 솥밥을 먹던 식구였다. 구글 브레인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오픈AI에 합류한 뒤 GPT-2와 GPT-3 등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을 주도하며 챗GPT의 근간을 세웠다. 아모데이 CEO는 오픈AI에서 연구 담당 부사장으로, 그의 여동생 다네엘라 아모데이는 안전·정책 담당 부사장을 지내면서 회사 경영에도 핵심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픈AI가 자금 마련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 투자금을 유치하고 비영리 법인에서 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려 하자 아모데이 CEO는 회사가 갈등을 겪었다. 당시 AI 윤리와 안전에 관심이 컸던 아그는 MS 계약이 오픈AI를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아모데이 남매는 2020년 회사를 떠났고 함께 퇴사한 동료들과 앤스로픽을 세웠다. 엄격한 통제 하에 AI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회사는 구글, 세일즈포스, 아마존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거대 경쟁업체로 발돋움했고 AI 챗봇 ‘클로드’를 내놓으며 오픈AI의 챗GPT를 위협했다.
오픈AI와 다른 AI 모델을 만들겠다는 아모데이 CEO의 생각은 2023년 포천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왜 오픈AI를 떠났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더 신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오픈AI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앤스로픽을 설립했다”고 답했다.
“오픈AI에서 GPT-2와 GPT-3를 개발한 후 두 가지에 대해 매우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모델에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투입하면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성능 향상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모델을 확장하는 것 외에 정렬 또는 안전성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산 능력을 늘린다고 해서 모델에게 가치 기준을 정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포천 인터뷰)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오픈AI와 앤스로픽의 경쟁 구도는 더 심화됐다. 앤스로픽 몸값은 약 3800억 달러(562조 2100억 원)는 오픈AI 기업가치(8400억 달러)를 추격하고 있다. 기존에는 오픈AI는 일반 사용자 중심으로, 앤스로픽은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기업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오픈AI 라이벌이 ‘제미나이’를 개발한 구글이라는 인식이 컸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클로드 코워크, 클로드 코드가 소프트웨어 시장을 위협하는 대표 AI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위기 의식을 느낀 오픈AI가 기업 고객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픈AI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AI 서비스에 광고 도입을 추진하면서 앤스로픽과의 신경전이 달아올랐다. 지난달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 결승전(슈퍼볼) 광고는 결정타가 됐다. 앤스로픽은 어머니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아들에게 데이팅 사이트를 추천하거나, 운동의 효과를 빠르게 누리는 방법에 관한 질문에 키 높이 깔창을 제안하는 등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이는 챗GPT 광고를 비판하는 것이었다. 올트먼 CEO는 “기만적이고 부정직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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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AI 정책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또 다시 두 회사가 부딪혔다. 올 들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한 데 이어 이란 공습에 나선 미 국방부(전쟁부)가 클로드를 모든 용도에 제한 없이 사용하겠다며 앤스로픽을 압박했다. 하지만 앤스로픽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시나 완전 자율무기에는 AI를 사용하면 안 된다며 거부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앤스로픽을 “급진 좌파”로 규탄하면서 모든 연방기관에 앤스로픽 기술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자국 기업 중 처음으로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요소로 지정해 클로드를 쓰는 기업은 국방부와 거래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미 전쟁부는 앤스로픽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오픈AI와 사용 계약을 맺었지만 오픈AI는 이용자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에 저항한 앤스로픽과 달리 오픈AI는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고객이 대거 앤스로픽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앤스로픽에 따르면 클로드 무료 이용자 수는 올 1월 이후 60% 이상 늘었고 유료 구독자 수도 올해 들어 두 배로 증가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미국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 클로드가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앤스로픽은 챗GPT에서 클로드로 갈아타는 고객들을 위해 2일부터 무료 저장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챗GPT에 입력한 내용들을 복사해 클로드에서 검색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클로드가 앱스토어 1위에 오른 것은 챗GPT 사용자들이 앤스로픽에 지지를 표명하며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오픈AI는 뒤늦게 국방부 계약 수정에 나섰다. 올트먼 CEO는 2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원칙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국방부와 조항을 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AI 시스템이 미국 거주민이나 국적자에 대한 국내 감시에 의도적으로 쓰여선 안 된다는 문구를 계약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7일에 급하게 알려서는 안 됐다.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명확한 소통이 있어야 하는 일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기회주의적이고 허술해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반성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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