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5 (목)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유가 급등에 공급망기금 가동했지만…채권금리 올라 재원 한계 [美-이란 전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동상황 합동 점검회의

    원유 구매·긴급운영 자금 지원

    정부 보증 공사채 발행해 조달

    작년 9월부터 채권금리 상승세

    대규모 집행땐 공급 부담 확대

    “세제지원이 더 효과적” 의견도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공급망안정화기금’ 가동에 나섰다. 다만 국내 채권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대규모 집행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재정경제부는 중동 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은 에너지·광물 등 핵심 원자재나 부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기금이다. 재원을 사전에 적립해 두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 보증 공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연간 최대 10조 원 범위에서 운용된다. 한국수출입은행 내 ‘공급망기금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북미·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구매 자금 지원 한도를 확대하는 한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피해 기업의 자금 수요를 파악해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최근 국내 채권금리가 고공 행진하고 있어 기금 활용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대규모 집행이 이뤄질 경우 채권시장 공급 부담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금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금융 확대 기대와 공기업 채권 발행 증가 전망이 반영되며 지난해 9월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해 5월 7일 2.253%까지 내려갔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9일 3.267%까지 올랐고 2.5%대에 머물던 한국전력공사채 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3.586%까지 확대됐다.

    이후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채권금리 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밝히자 상승세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공급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 충돌 이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며 시장금리는 다시 들썩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은 이란 공습 이후 첫 개장일인 3일 하루 만에 13.9bp(1bp=0.01%포인트) 급등한 바 있다. 이날도 전일 대비 4.3bp 오른 3.223%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3.267%)에 근접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도 채권시장 부담을 의식해 발행 물량 조정에 나선 상태다. 재경부는 지난달 ‘채권 발행기관 협의체’ 제1차 회의를 열고 주요 공적 채권 발행기관들이 연초 계획 대비 올 1분기 발행 규모를 약 6조 원 축소하기로 했다. 국고채 역시 이달 발행량을 최소 수준으로 조정해 시장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리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사태가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충격과 후유증을 줄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사채 발행을 통한 대응보다 세제 지원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채권 발행이 늘어나 유동성이 확대되면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안정 정책과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며 “유류세 인하와 같은 감세 정책이 보다 직접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에 대비해 에너지 공급망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동 외 지역에서 추가 물량 확보와 해외 생산분 도입을 추진하고 공동비축 우선구매권 행사 등 비상 매뉴얼에 따른 조치도 준비할 방침이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비축유 방출 등 추가 대응 방안도 검토한다.

    원유 구매 자금과 긴급 운영 자금 지원도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해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중남미 등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구매 자금 지원 한도를 기존 90%에서 100%까지 확대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자금 부담이 커진 기업에 필요한 운영 자금을 신속히 지원하기로 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우리 기업이 원활하게 대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국내 공급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