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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코스피 한달 상승분 이틀만에 날아가… 반도체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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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공습 후 6244→5093 폭락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국내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세를 보였다. 3일 코스피가 7% 넘게 폭락한 데 이어, 4일엔 12% 넘게 폭락했다. 이날 폭락세가 거세지자 20분간 거래가 중지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까지 48%나 오르며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런데 이후 18.4% 하락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반도체 ‘쏠림’이 강한 한국 경제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일보

    4일 하루 동안 코스피가 12.06% 폭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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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한 달 상승 폭, 단 이틀 만에 까먹어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12.06%, 698.37포인트 폭락한 5093.54에 장을 마감했다. 하락률과 하락 폭 모두 역대 최대다. 기존 하락률 1위는 ‘9·11 테러’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의 12.02%다. 하락 폭은 전날 452.22포인트가 기존 역대 최대였다. 삼성전자(-11.7%), SK하이닉스(-9.6%), 현대차(-15.8%)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6244.13에서 공습 후 이틀 동안 5093.54까지 떨어졌는데, 공습 전 수준까지 오르는 데 지난달 2일 4949.67에서 한 달이 걸렸다. 한 달 오름폭을 이틀 만에 까먹은 셈이다.

    이란 전쟁 악재로 인한 코스피의 하락세는 세계 어느 나라 증시보다 깊고 크다. 코스피 하락률은 미국 S&P500(-0.9%), 독일(-5.9%), 영국(-3.9%) 등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처럼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7.8%), 대만(-7.3%) 등의 2배 수준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안고 있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유가(두바이유)는 전쟁 직전 배럴당 71.81달러 수준이었는데, 3일에는 8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유가가 급등할 경우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무역 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터질 우려가 크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비용 증가라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 생각한 투자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고 했다.

    또 그간 크게 올랐기 때문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도 한 요인이었다. 지난 3일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전 거래일 7조원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한 데 이어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개인 매수세는 크게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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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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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SK하이닉스 쏠림, 부메랑으로 돌아와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반도체 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된 경제와 증시 구조도 코스피를 짧은 시간 동안 큰 폭으로 떨어트린 요인으로 꼽힌다.

    연초 이후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달 27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80%와 62% 올랐다. 이로 인해 두 기업의 코스피 전체 지수 상승의 기여도가 50%에 달했고, 그 결과 ‘2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20만원)’와 ‘10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100만원)’라는 타이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전쟁이 발발하자 두 종목은 나란히 20%가량 폭락했다. 특히 지난 3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3조2100억원, SK하이닉스를 1조2200억원어치 각각 순매도했다. 단 두 종목에 쏟아진 매도액만 약 4조4300억원인데, 이는 전체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의 86%를 차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대부분이 반도체에 쏠리면서 지수 하락 폭이 과도하게 확대됐고, 그간 시장을 주도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시장 쏠림 구조가 증시 조정 국면에서 취약점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반도체주를 집중 매도하고 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 상승에 취약하다는 이유다. 3일 뉴욕 증시에서 미국 메모리 반도체의 대표 주자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7.99% 폭락했고, 미국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4.58%나 떨어졌다. 미국의 경제 매체 스탁스토리는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급등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운영 비용을 직접적으로 증가시켜 수익을 심각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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