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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미국법 “외국 지도자 살해는 불법”… 트럼프의 작전은 ‘합법’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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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이후 법으로 금지했지만

    ‘AUMF법’이 부리는 마술이 변수

    3줄 요약
    • 미국은 행정명령을 우회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이란 수뇌부를 제거했다.
    • 헤리티지재단은 독재자 암살보다는 경제 붕괴를 선호하지만, '테러리스트 제거'는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로 규정하며 적극 지지한다.
    •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광범위한 군사 권한을 부여한 'AUMF'를 근거로 의회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에서 타국 지도자를 살해 또는 암살하는 것은 행정명령(Executive Order)으로 금지돼 있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1976년 “미국 정책은 외국 지도자에 대한 암살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서명했고,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이를 준수해왔다. 그 때까지 반미 좌파 지도자들을 상대로 공작을 폈던 미 중앙정보국(CIA) 등 모든 정보 기관에도 직접적 암살을 금지하는 명령이 내려졌다. 예외는 테러리스트나 무장 전투원들이었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 공습을 통해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 등 이란 수뇌부 40여명을 일거에 제거했다. 이것은 외국 지도자 살해가 아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그런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이스라엘과 절묘한 군사 분업을 실행했다. 하메네이에 대한 암살 공습을 이스라엘이 담당한 것이다.

    덕분에 트럼프는 미국 행정명령을 어기지 않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거라는 명분과 정권 교체를 목표로 이란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행정명령은 미국 대통령의 행정 집행 도구일 뿐 법률이 아니다. 법률과 유사한 실질적 효력을 갖지만, 의회 승인이 없기 때문에 이후 대통령이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다. 의회가 통과시키는 법률보다는 하위 규범이다.

    “헤리티지는 타국 지도자 암살을 금기시했다”

    헤리티지 재단 ‘리더십 보고서’는 타국 지도자가 아무리 악행을 저질렀더라도, 미국이 직접적으로 암살에 관여하는 데에는 반대했다. 헤리티지는 줄곧 암살 같은 비윤리적·불안정적 수단 대신 체제 붕괴를 선호했다.

    우선, 헤리티지는 “미국이 직접적으로 암살에 개입하면 도덕적 우위를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즉, 인권을 억압하는 독재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와 같은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을 걱정했다. 독재 국가의 지도자를 제거함으로써 권력 공백이 발생하면, 극도의 혼란이 초래되고 당초 의도와는 반대로 반미 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 봉쇄·군사적 압박· 심리전을 펴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헤리티지는 독재 국가나 반서방 국가들에 대해서는 경제 봉쇄와 군비 경쟁으로 경제 붕괴를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군사 공격을 하더라도 해당국 지도자를 살해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대표적 사례가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와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다. 미국은 군사 공격으로 노리에가와 후세인을 생포해 재판에 세웠다. 노리에가는 미국에서 17년, 프랑스에서 7년, 이후 파나마 감옥에서 병사했다. 후세인 역시 2003년 생포돼 이라크 법원으로부터 25만여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에 처해졌다.

    반면 헤리티지는 “테러리스트 지도자 제거는 합법적 자위권 행사”라고 여겼다. 헤리티지는 이번 이란 공습을 테러 지원국에 대한 군사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전쟁 승인권은 미 의회만 갖는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전쟁은 오로지 미국 의회만 선포할 수 있다. 미 의회가 승인한 마지막 전쟁 선포는 2차 세계대전이었다. 이후 미국이 치른 모든 군사 행동은 미 의회를 우회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1950년 6·25 전쟁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안(83호와 84호)과 유엔참여법(UN Participation Act of 1945)을 들어 한국에 미군 170여만명을 파병했다. 미 의회 승인을 받는 대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내세워 파병한 것이다.

    베트남전쟁도 AUMF(군사력 사용 승인법·Authorization for Use of Military Force) 전신인 ‘통킹만 결의안’(Gulf of Tonkin Resolution)으로 시작됐다. 1964년 8월 통킹만에서 공산 베트남군이 미 군함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면서 미 의회는 통킹만 결의안(하원 416대0, 상원 88대2)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 덕분에 민주당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5년 미 해병대 3500명을 베트남에 파병하기 시작해 1968년 54만명까지 늘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의 경우, 미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바로 베트남전쟁이다.

    이후 들어선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들끓는 반전 여론 때문에 ‘통킹만 결의안’을 1971년 1월 대외군사판매법의 부속 조항을 통해 공식 철회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불거졌다. 뉴욕타임즈(NYT)가 1971년 6월 베트남전 비밀 문서인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것이다.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 당시 미 국방부의 극비 연구 보고서(7000쪽)다. 존슨 행정부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1967년 의뢰해 1945~1968년 미국의 인도차이나 개입을 정리한 문서다.

    이 문서에서 민주당 행정부가 베트남 전쟁의 시발점이 됐던 통킹만 2차 공격 사건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담겨 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존슨 대통령 다음에 들어선 공화당 닉슨 행정부가 NYT의 보도를 막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닉슨 대통령은 여야를 떠나 ‘펜타곤 페이퍼’가 폭로되면 미국의 권위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닉슨 행정부는 NYT에 패소했다.

    미 의회는 같은해 11월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으로 대통령의 단독 전쟁 개시 권한을 제한했다. 닉슨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나 미 상원과 하원이 각각 3분의2로 표결, 통과시켰다. 이처럼 미 의회가 전쟁권한법을 통해 대통령의 해외 군사 개입을 제한했지만, 공화당·민주당 대통령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 행동을 벌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1983년 그라나다를 침공했고, 부시 대통령은 1989년 파나마를, 클린턴 대통령은 1999년 코소보를 공습했다.

    미국의 해외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AUMF 법안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 의회는 ‘군사력 사용 승인법’(AUMF)을 통과시켰다. 미국 대통령에게 9·11 테러 관련자 및 그 지원자에 대한 무력 사용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9·11 테러를 계획·승인·실행·지원한 국가·조직·인물, 또는 이들을 은닉한 자에 대해 필요하고 적절한 모든 무력을 사용할 권한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9·11 테러로 미국인 3000여명이 희생된 직후였다. 미 하원은 420대1로 찬성했고, 상원은 98대 0으로 통과시켰다.

    평소 “미군은 통치가 아니라 전쟁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혀 미군의 해외 군사 개입을 꺼려왔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이후 이 법안을 토대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단행한다.

    하지만, 성급하게 입법된 AUMF의 모호함 때문에 광범위한 법 해석이 가능해졌다는 우려도 있었다. 대통령이 판단하는 대상에는 증거를 제시할 의무가 없다. 또 공격 대상은 국가·조직·개인 모두 포함된다. 지리적 제한도 없다. 즉, 전 세계가 적용 대상이다. 트럼프가 이란을 공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나 인물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AUMF 법안 때문이다.

    AUMF 법안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

    AUMF 이후 미국 대통령들은 미 의회에 전쟁 선포를 요구하는 대신 해당 국가를 먼저 공격한 후 미 의회에 한정적 승인을 요청하고 있다. 미 의회가 갖고 있는 전쟁 선포권을 우회하고 있다는 논란이 이는 이유다.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 침공 당시 알카에다·탈레반이 공격 대상이라고 직접 명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라덴 사살 당시 9·11 테러 주모자라고 적시했다. 트럼프가 이란의 솔레이마니 사살을 명령했을 당시에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연관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밖에도 ISIS 공습 당시에도 이슬람국가를 알카에다의 파생이라고 봤다. 헤리티지는 “테러와의 전쟁에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며 AUMF법안을 적극 지지했다. “대통령의 즉각 대응권 보장”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민주당은 의회를 무력화하는 무제한 전쟁 권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001년 입법 이후 25년 동안 갱신 없이 계속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AUMF는 9·11 이후 테러와 전쟁에 대한 법적 뼈대로, 대통령에게 전례 없는 군사 권한을 부여했고, 2026년 현재도 유효하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힐러리 클린턴조차도 2008년 “AUMF 법안에 따라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은 언제까지?

    트럼프는 헌법 2조에 따라 중동 지역 미군 보호를 목적으로 자위권을 발동해 이란을 공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위권을 발동하는 경우에는 전쟁을 언제까지 끝내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의회 승인 사항도 없다. 테러 지원국에 대한 작전이 종료될 때까지 무기한 지속해도 된다.

    하지만 트럼프 성격 상 2개월 안에 전쟁을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전문가들 전언이다. 미국이 이란을 평정하면 그 다음 대상이 어디냐로 관심이 쏠릴 것이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다음 타킷이 쿠바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헤리티지 보고서’는 쿠바를 어떻게 다룰지 오래 고민해왔다. 다음주에는 이 내용을 전할 예정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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