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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샷!] 불 나도 소화기 못 찾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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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테리어 위해"…눈에 잘 띄지 않는 소화기들

    가림막·색상 규정 없어…검은색 벽·가림막도

    소화기, 초기 대응서 큰 위력…"가시성 최우선에 둬야"

    연합뉴스

    상가 화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최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로 10대가 숨지는 등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가운데 위급 시 소화기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초기 화재 대응 상황에서 1개당 소방차 1대의 위력을 갖는 소화기는 적시에 제대로 사용할 경우 불을 끄는 데 효과가 크다.

    지난 1월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화재 진압 사례는 소화기 사용의 모범 케이스다. 당시 주유소에 있던 육군학생군사학교 전문군무경력관 이상우 교관은 소화기를 화재 차량에 분사해 큰 불길이 번지는 것을 차단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소화기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가림막으로 가려두거나, 소화기 색상으로 인식되는 빨간색 대신 은색·흰색 등의 소화기를 비치하고, 심지어 창고 등에 처박아 두는 등 화재 상황에서 소화기를 바로 찾을 수 없는 사례들이다.

    연합뉴스

    매장 한 구석에 위치한 소화기 가림막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매장의 소화기가 가림막에 가려져 있는 모습. 2026.3.5



    '소화기구 및 자동소화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소화기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소의 바닥으로부터 높이 1.5m 이하의 곳에 비치해야 한다.

    소화기 설치 위치는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창고 등으로 임의로 옮겨서는 안 되며,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소화기'라는 안내를 축광표지로 설치해야 한다. 축광은 빛을 흡수한 후 발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화기를 가림막으로 가리는 행위나 소화기 색상에 대해서는 규정 대신 권고사항만 존재한다.

    지난달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ss***'는 "요즘 백화점이나 마트, 터미널 등에서 이렇게 소화기 가림막 둔 곳 보면 어이가 없다. 불나면 그 상황에서 가려놓은 소화기를 어떻게 찾으려고 그러는 거냐"며 소화기가 흰색 가림막에 가려져 있는 사진을 첨부했다. 가림막에 작은 글씨로 '소화기'라고 적혀 있지만 눈에 확 띄지는 않는다.

    하트 7천500여개를 받은 해당 글에는 "요즘 미술관이나 카페나 좀 큰 곳 가면 다 이런 걸로 가려놓던데", "요새 도서관 미술관 다 저렇게 해놔서 진짜 너무 싫음", "안전보다 예쁜 게 더 중요해진 세상", "불 날 때 연기 속에서 어케 찾을래" 등 걱정된다는 반응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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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 가림막'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
    [엑스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프리랜서 김희진(26) 씨도 "분위기 있는 카페나 식당에서도 소화기를 보이지 않게 가려둔 곳을 종종 봤다"며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소화기 표시도 조그맣게 써두면 (소화기가) 필요할 때 딱 알아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방문한 여러 매장에서 미관을 위해 소화기를 가림막으로 가려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검은색 벽·검은색 가림막 사이에 소화기가 숨겨져 있는 곳도 있었다.

    4일 포털 사이트에서 '소화기 가림막'을 검색하자 흰색·검은색 등 무채색 가림막 상품이 줄줄이 떴다.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고 소화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소화기 커버' 등의 소개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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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색 벽 앞에 위치한 검은색 소화기 가림막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한 매장에서 소화기가 가림막에 가려져 있는 모습. 2026.3.5



    백승주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소화기는 벽걸이 거치형과 바닥형이 있는데 바닥형의 경우에는 가구나 물건 등에 가려져 안 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표지를 의무적으로 붙여야 한다"며 "그러나 따로 표지를 붙이지 않는 곳도 볼 수 있고 소화기를 가려두는 곳들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으로 아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지 않더라도 소화기를 바로 찾고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방청 기술민원센터는 관계자는 "가림막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은 없지만 소화기가 쉽게 보이지 않을 정도인 경우 적합하지 않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소방시설법 화재안전 기준을 2회 이상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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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없이 놓인 흰색 소화기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지난달 23일 서울 양천구 한 매장에 비치된 흰색 소화기. 2026.3.5



    빨간색이 아닌 소화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엑스에는 "아예 은색으로 나오는 소화기, 어떤 데는 벽이 회색이라 눈에 안 띈 곳도 봤음"(sa***), "최근에 갔던 호텔에서 검정색 소화기 봄. 그럴거면 왜 두니 급한 상황에 보이지도 않는 거"(ay***)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충식 AGI재난연구소 재난과학박사는 "기본적으로 빨간색이 가장 눈에 잘 띄고 사람들도 소화기는 통상 빨간색이라 인식하고 있으니 위급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웬만해서는 빨간색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며 "다른 디자인의 소화기를 비치하고 싶다면 가시성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방 관련 법령에 소화기 배치 규정이 있는 이유는 평수·층·거리 등을 따져 적정한 거리에 소화기를 하나씩 배치하고 필요할 경우 근거리에 있는 소화기를 바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다가 점검할 때만 기존 자리에 두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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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기 체험하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소화기의 내용연수는 10년이며, 10년이 지난 노후 소화기는 폐기해야 한다. 다만 점검 후 상태가 양호하면 1회에 한해 3년 동안 재사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충남 보령시 한 선박 해체업체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해체 작업을 하다 노후 소화기에서 폭발이 일어나 작업자가 부상했다.

    하 박사는 "노후화가 되면 분말이 굳어버리거나 압력이 빠져 소화기가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며 "분말이 굳었을 경우 소화기를 교체해야 하고 압력이 빠졌다면 충전해 재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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