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5 (목)

    발행보다 중요한 담보…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 통안채 검토[only이데일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당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후보로 통안채·MMF 등 검토

    미국은 단기국채 중심 담보…한국은 단기국채 상시 발행 구조 없어

    환율 1500원 등 변동성 확대…‘환매 안정성’ 좌우할 담보 설계 중요성 부각

    통안채 통화정책 수단 충돌·디지털 런 가능성 등 제도 리스크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디지털자산인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를 설계중인 금융당국이 현금, 국채 등에 이어 추가로 준비자산(담보)을 확대하기로 하고, 여러 후보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 등 통화 가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 대비해 스테이블코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와 관련한 논쟁이 은행 51% 룰 등 ‘누가 발행하느냐’가 핵심이었다, 이제부터는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언제든 1원으로 환매할 수 있도록 어떤 자산을 담보로 쌓아두느냐’에 중점을 두고 설계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통안채·MMF 등 검토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후보로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통안채)과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검토 중이다. 준비자산의 구체적 구성은 법률에 직접 명시하기보다는 시행령에서 유연하게 정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일정한 법정화폐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디지털자산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1원을 발행하면 그에 상응하는 안전자산을 준비금 형태로 보유하는 구조다. 이용자가 환매를 요구하면 언제든 1원으로 돌려줄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어떤 자산을 준비자산으로 인정하느냐가 제도 신뢰를 좌우한다.

    해외에서는 주로 단기국채가 준비자산으로 활용된다.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등은 3개월짜리 단기 국채(T-bill)를 중심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하고 있다. 단기 국채는 신용위험이 낮고 시장 유동성이 높아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담보 자산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같은 단기국채 발행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국내 국채는 주로 3년·5년·10년 중심으로 발행되고, 3개월이나 1년물 단기국채는 상시 발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식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은 ‘단기 안전자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배경에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통안채다. 통안채는 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14일물 등 초단기 상품이 존재해 유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환매 요구가 발생할 경우 바로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높은 자산이 필요하다”며 “통안채는 국내 시장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금융상품도 함께 거론된다. MMF는 국채·통안채 등 단기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로, 비교적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는 환매 요구가 몰릴 경우 준비자산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준비자산 후보군 논의가 구체화하는 배경에는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는 등 변동성이 커질수록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의 신뢰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환매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안채 통화정책 수단 충돌·디지털 런 가능성 등 제도 리스크도

    다만 통안채를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으로 활용할 경우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안채는 원래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통화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모가 커질 경우 통안채 수요가 디지털자산 시장과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환매 요구가 집중될 경우 준비자산 매각이 단기자금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환경에서 환매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어 일종의 ‘디지털 런(run)’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자산 기준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정하려는 움직임도 논쟁거리다.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책 재량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안채는 초단기물이 존재하지만 본래 통화정책 목적의 채권”이라며 “발행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날 경우 준비자산으로 충분한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미국처럼 상시 단기국채 발행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며 “준비자산 설계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제도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