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개인전 '황재형:회천(回天)'이 열렸다. 이곳에서 처음 본 그의 작품은 매우 사실적이었다. 화폭 속에 그려진 개천의 흐르는 물은 노을 때문인지 어두운 주변 분위기에서도 반짝거렸다. 그 모습이 기억 속 탄광촌 풍경과 같았다. 갱도에서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광부들의 모습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어두움 속에서 안전모에 달린 헤드랜턴을 비추며 식사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었다. 전시장에는 큰 도시락 형상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황재형 화백 |
황재형의 작품세계가 탄광촌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확연하게 알 수 있었던 점은 탄광촌 또는 폐광촌의 삶과 풍경 등을 그린 그의 작품이 그곳을 바로 떠올릴 만큼 직관적으로 묘사됐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이 과거에 '막장'으로 들어가던 광부의 삶을 생각하게 했던 것 같다. 예술 작품의 소재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 마지막 국영 탄광은 지난해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23년 전남 화순광업소와 2024년 태백 장성광업소에 이어 삼척 도계광업소가 지난해 6월 말 폐광됐다. 에너지원과 산업구조의 변화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석탄산업의 역할은 축소됐다. 폐광 지역도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탄광지역이 번성하던 시기에는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회자했다지만,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광부 화가의 별세 소식에 또 다른 전시를 떠올렸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올해 초에 봤던 '향수, 고향을 그리다' 전시였다. 한국의 근현대 화가와 문인들의 작품을 보면서 개인마다 떠올리는 고향 풍경이 다채롭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소용돌이치는 역사 속에서 각자의 경험이 다르고 도시와 농촌, 산촌, 어촌 등 태어나고 자랐던 풍경과 개인의 기억이 다르기 때문이다. 황재형의 작품을 돌아보니 탄광촌 또는 폐광촌도 고향에서부터 정착지, 일터, 생활의 터전, 경유지, 방문지 등 다양한 의미의 풍경으로 사람들에게 와닿았을 것이라는 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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