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사상 최대 폭락했지만
전문가는 “두려움보단 용기가 미덕”
미국의 대(對)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증시가 9·11 테러 당시를 뛰어넘는 건국 이래 최대 폭락을 맞았다. 2년 만에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동반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정지)’가 발동됐지만 시장 붕괴를 막지 못했고 이틀 새 코스피 시가총액만 817조 원이 증발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기초체력은 여전히 훼손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극단적인 공포 심리에 휩쓸린 ‘패닉셀(투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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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06% 폭락한 5093.5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51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지난달 6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14.0% 급락한 978.44로 거래를 마감하며 지난 1월 23일 이후 처음으로 1000선을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12일 역대 최대 일일 하락폭(-12.02%)을 25년 만에 갈아치웠다. 코스닥 역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은 개장 전 프리마켓부터 투매 물량이 쏟아지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정규장 개장 직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데 이어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 20분간 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그러나 거래 재개 후에도 공포 심리는 진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오후 들어 낙폭이 10%대 이상으로 확대됐다. 코스피 상장 종목 950개 중 상승 마감한 종목은 단 17개에 불과했으며, 전쟁 수혜주로 기대를 모았던 방산·정유주마저 장중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폭락으로 마감했다.
시장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긴급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한 차익실현 수요가 증시 변동성을 키웠지만 ‘추세적 하락’ 가능성은 낮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적극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증권 전문가들은 폭락장 속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이 지정학적 위기와 맞물려 증폭됐을 뿐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간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6차례 이후 5거래일 간 평균수익률은 3.4%, 20거래일 뒤 평균수익률은 7.7%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최근 2거래일간의 20% 하락은 전쟁과 공급망 차질 이슈를 충분히 반영한 수치”라며 “코스피 5000선 부근에서는 저점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지수(5059.45 기준)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06배로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매도세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왔다는 신호는 긍정적이다. 장중 1조 2000억 원 넘게 코스피 주식을 던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 막판 매수 우위로 돌아서며 최종적으로 2355억 원 순매수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13일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한국 시장을 떠난 것이 아니라 반도체 비중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을 진행한 것”이라고 짚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국 나스닥 선물 하락폭이나 국제유가 상승폭을 고려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라며 “외국인 입장에서 유동성이 가장 풍부한 한국 시장에서 현금화를 우선시했을 뿐 코스피 상승 동력인 이익 개선 전망이 훼손되지 않은 만큼 현재 자리에서의 매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지금은 두려움보다 용기가 미덕인 시점”이라며 투자자들의 이성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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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때보다 더 빠진 코스피, 왜 한국만 이러나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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