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개발사 인수 등 영향
국내 게임사들이 작년 4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가운데 남다른 존재감을 보인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손상차손'인데요. 영업이익을 거둔 게임사들도 손상차손으로 인해 순이익 단에선 적자(순손실)를 떠안았습니다. 영업적자보다 더 큰 규모의 순손실이 발생한 게임사도 있죠.
손상차손으로 인해 게임사 실적이 뒤바뀌는 것은 독특한 사업 구조 때문입니다. 게임사들은 핵심 수익원인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경영 목표인데요. 이 과정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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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손상차손' 존재감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조이시티 등은 지난해 4분기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넷마블은 작년 4분기 110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21.9%나 성장했는데요. 하지만 359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순손실은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서비스 중단에 따른 손상차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킹 아서는 넷마블의 북미 지역 자회사인 카밤(Kabam)이 개발하고 퍼블리싱 한 전략 RPG 게임입니다. 지난 2024년 11월 북미 지역에 공식 출시했죠. ▷관련기사: 넷마블, 신작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27일 출격('24년 11월18일)
하지만 기대 만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넷마블은 이달 중 해당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죠.
조이시티도 4분기 2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60억원의 순손실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산 손상금액 등이 전년보다는 감소해 순손실 증가폭은 둔화됐다는 설명인데요.
조이시티는 디즈니·픽사 IP를 활용한 게임인 '디즈니 렐름 브레이커스' 등을 통해 신규 수익원 확보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고, 디즈니 IP 기반 게임들의 정리 수순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형자산에 대한 정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투자자산 손상금액에 대해선 "게임 서비스 이후 성과나 기대 수익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 타이틀(게임)에 대해 손실 처리됐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4분기 신작 부재 등의 여파로 1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순손실은 1106억원으로 더 컸습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가 호실적을 거뒀던 2022년과 2023년의 경우 각 4분기 영업이익은 108억원과 141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각각 2677억원 3462억원이 발생한 바 있는데요.
2022년은 '라이온하트' 지분 인수 대가 확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처리와 관계사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 비용 반영, 2023년에는 무형자산 손상 검토에 따른 일회성 손실 반영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게임 개발·퍼블리싱 등 독특한 사업 구조
게임사들은 주 수익원인 핵심 IP를 확보하는 게 경영 목표입니다. 다수의 신작 가운데 한 작품만 성공해도 8~10년 정도는 먹고 살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흥행 게임을 만드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이에 게임사들은 사내 스튜디오(개발팀)에서 직접 개발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유망한 게임 개발사들을 인수·합병하거나 직접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개발 중인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신작 게임을 확보하기 위한 게임사들의 경영 활동은 손상차손 가능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신작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가령 A게임사가 B개발사가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눈여겨보고 인수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발사는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이 아닌 그들의 개발 능력과 향후 개발할 게임 등 미래 가치를 보고 인수 가격이 산정되는데요. 게임사가 개발사의 가치(순자산)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했을 경우, 이를 영업권(피인수 기업의 가치를 초과해 지급한 금액)인 무형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무형자산 중 영업권은 상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상이 발생하면 손상 처리를 해야하는데요. 영업권의 장부가액보다 미래 회수가능액이 적을 경우 손상이 발생합니다.
A게임사가 B개발사를 인수하면서 영업권을 500억원(장부가액)으로 반영했는데, 손상검사를 통해 미래 회수 가능액이 300억원으로 산정됐다면 그 차액인 200억원을 영업권 손상액으로 보면 됩니다. 신작 게임으로 적어도 500억원은 벌겠다고 기대했지만 흥행에 실패하며 실제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죠.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은 오랜 기간 개발하고 투자해도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신작 출시가 지연되거나 성과가 기대보다 낮으면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상차손은 결국 게임사들의 선구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망한 게임으로 판단해 퍼블리싱 하거나 게임사를 인수해 직접 개발에 투자했는데, 기대 이하의 현금창출능력이면 손실로 반영하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순손실이 발생하면 주주 배당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손상차손은 회계 상 산출하는 숫자로 실제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업외비용으로 순이익 감소를 야기하는데요. 순이익은 배당정책의 근거가 됩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어도 순이익이 계속 줄어든다면 게임사 배당 여력이 줄어들게 됩니다.
올해 국내 게임사들은 대형 신작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많은 돈을 투자했을 텐데요. 성공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반대로 실패할 경우 충격도 상당할 겁니다. 올해 신작들은 손상차손이 되기보다는 핵심 IP로 거듭나 게임업계에 볕이 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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