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금고' 포기한 합리적 이유 따로 있다
테슬라 ESS·46파이·전고체 양산 속도전…"미래 주도권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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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안정적인 '황금알' 대신 미래를 향한 '진공 상태의 돌파'를 택했다. 삼성SDI 수장으로 부임한 최주선 사장이 매년 1조 원 이상의 짭짤한 배당금을 안겨주던 삼성디스플레이(SDC)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장의 든든한 현금 흐름을 포기하는 대신 1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실탄을 장전해 배터리 '초격차' 수성에 사활을 걸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유상증자 대신 자산 유동화를 택한 이번 결정은 철저한 데이터와 기술에 기반해 '안 되는 건 버리고 되는 건 확실히 밀어주는'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과감한 뚝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평가다.
◆ '1조 금고' 포기한 합리적 이유… "투자 실기하면 미래 잃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이사회 보고를 통해 보유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장부가 약 11조 1000억원) 매각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삼성SDI의 든든한 금고 역할을 해왔다. 2024년과 2025년 삼성SDI가 챙긴 배당금만 약 1조원대에 달한다. 지분법 이익까지 고려하면 실적 방어의 '1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최 사장의 시선은 '현재의 배당'이 아닌 '미래의 생존'을 향해 있었다. 삼성SDI는 지난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1조 7000억원의 뼈아픈 적자를 냈다. 매년 4조~6조원이 투입되는 북미 합작법인(JV)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ASB) 연구개발(R&D) 비용을 기존의 체력만으로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지금 당장의 배당금에 안주해 투자 실기를 범하면 당장 2027년 양산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짙은 위기감이 최 사장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시장에서 흔히 쓰는 '유상증자' 카드를 배제한 점이 눈에 띈다. 주주 가치 희석을 막고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11조 원이라는 확실한 실탄을 거머쥐는 최선의 수를 둔 셈이다.
◆ 과거 LCD 철수 이끌었던 '승부사', 배터리 판도 흔든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단을 두고 최 사장의 과거 삼성디스플레이 시절 행보와 완벽히 오버랩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시절 최 사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철수를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내부의 숱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을 단호히 도려낸 뒤, 그 역량을 퀀텀닷(QD)-OLED 등 고부가 가치 패널로 집중시켜 디스플레이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했던 기술통 CEO의 DNA가 삼성SDI에서도 발현된 것이다. 연 1조원의 금고가 아쉽더라도 지금 11조원을 배터리 설비에 쏟아붓지 않으면 향후 100조 원 규모로 팽창할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통째로 뺏긴다는 철저한 계산이 끝났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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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된 11조원의 막대한 자금은 즉각 미래 전장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ESS(에너지저장장치) 및 LFP(리튬인산철)' 라인 전환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줄 서 있는 미국 현지 ESS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전용 라인 구축에 선제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 장전된 11조 실탄, 어디에 쓰이나… ESS·전고체 '초격차' 정조준
또한, 차세대 폼팩터 경쟁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는다. 2026년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당초 목표인 2027년에 차질 없이 상용화하기 위한 팩토리 셋업에 자금이 집중될 전망이다. 조 단위 적자로 인해 흔들렸던 재무 건전성을 일거에 회복하며 글로벌 신용도를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삼성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굵직한 '빅딜'이다.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지분 15.2%를 인수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100% 완전 자회사가 된다. 삼성전자는 지배구조 효율화를 이룩하고 삼성SDI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배당 의존도를 완전히 끊어내며 진정한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하게 된다.
시장은 최 사장의 이번 승부수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정석'으로 평가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 되는 건 버리고 되는 건 확실히 밀어주는' 최주선식 정면돌파가 장전한 11조원의 실탄이 향후 흑자 전환과 전고체 시대의 압도적 승전보로 되돌아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주선 사장의 이번 결단은 당장 눈앞의 달콤한 배당 수익을 끊어내고 배터리 사업 본연의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강력한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확보한 11조원의 막대한 자금으로 북미 ESS 시장과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을 쥔다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뒤흔들 강력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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