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하나금융 |
국내 금융권에서 디지털자산과 온체인 금융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블록체인 기반 송금 실험을 동시에 추진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설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 서클(Circle)과 크립토닷컴(Crypto.com)과 협력해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마케팅을 시작했다. 하나카드는 이달부터 크립토닷컴 비자 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국내 결제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클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C를 보유하거나 충전 이력이 있는 카드 이용자가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할 경우 결제 금액의 5%를 크로노스(Cronos) 생태계의 네이티브 토큰인 CRO로 돌려주는 캐시백 프로그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카드 결제 인프라와 디지털자산을 연결하는 실제 사용 사례를 검증하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를 통해 국내 주요 가맹점에서 새로운 결제 수요를 발굴하고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와의 연결 가능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서클과 체결한 전략적 업무협약의 후속 협업이라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 모델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의 디지털자산 전략은 결제 영역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외화 송금 시스템 기술 검증(PoC)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PoC는 하나은행 국내외 지점 간 외화 송금 과정에서 기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메시지 체계를 두나무의 '기와(GIWA) 체인' 기반 블록체인 메시지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증 결과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기존 SWIFT 방식 대비 처리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특히 자금세탁방지(AML)와 고객확인의무(KYC) 등 외환 거래 필수 통제 영역에서도 기술적 안정성이 확보됐다는 점이 강조된다.
단순한 송금 효율 개선을 넘어 은행 전산망과 블록체인을 연결한 온체인 금융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은 이번 PoC 결과를 토대로 3분기까지 예금토큰을 활용한 외화 송금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객이 예치한 현금을 기반으로 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송금 채널 간 직접 주고받는 구조다. 발행·전달·지급·정산 전 과정을 기존 은행 시스템에 연동한 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상용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해외 송금 효율화 프로젝트로 보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과 예금토큰 기반 송금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하나금융이 온체인 금융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RWA)을 중심으로 온체인 결제·정산 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은행의 발행 참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금융이 추진하는 예금토큰 기반 송금 구조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모델의 전초 단계로 해석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이 직접 발행·관리하는 예금토큰은 기존 예금과 1대1로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신뢰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는 다른 상업은행 주도의 디지털 화폐 모델로, 규제 틀 안에서 확장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들이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비교적 신중한 접근을 이어왔지만 글로벌 금융 환경이 빠르게 바뀌면서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해졌다"며 "결제와 송금, 토큰화 인프라를 동시에 실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이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가 현실화될 경우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스위프트 중심의 외화 송금 구조에서 벗어나 24시간 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새로운 글로벌 송금 체계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혁신 기술 도입을 통해 전통 금융의 한계를 넘어 고객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Copyright ⓒ 테크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