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장기화 시 공정 지연·원가 상승 우려
조기 종전 후 유가 상승?…"발주 여건 개선"
중동에서 발발한 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건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교전 발생 초반인 만큼 우리 건설사에 직접적인 피해나 영향은 없는 상태다. 다만 향후 확전 여부 등 전개 상황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조기 종전'이다.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업계에 가해지는 타격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급등 중인 유가의 경우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중동 지역 발주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주 시장이 확대돼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알포 신항만 공사 현장./자료=대우건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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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 휩싸인 중동
5일 정부 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바레인, 요르단 등 중동 지역 진출 기업들은 현지 상황을 파악하며 재택근무 등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하고, 이란이 보복성 공격을 단행하면서 중동 일대는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중동 지역에서 진행 중인 주요 사업장은 삼성물산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현대건설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삼성E&A 사우디 파딜리 가스플랜트, 한화 건설부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등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에 접수된 피해 현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사들은 현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직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거나 외출을 최소화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장 현지 대사관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두고 있는 한화 건설부문도 숙소와 사무실 외에 직원 이동을 최소화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재 40~50명 규모 인원이 이라크에 체류 중인 가운데 해당 공사 현장은 이라크 정부 국무회의(COM) 승인을 기다리고 있어 작업이 멈춘 상태다.
이라크에서 알포 신항만 공사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은 육상·해상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직원 철수 계획을 수립한 상태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의 경우 이란 지사 직원 1명을 선제적으로 대피시켜 제3국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지난 3일 해외건설협회 및 중동 지역 진출 기업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이상 유무 및 안전대책을 점검했다. 민관 합동 비상대책반을 편성하고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하는 등 피해 및 대피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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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유가…해가 될까, 해(害)가 될까
앞서 지난 2022년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건설업계가 휘청인 바 있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촉발하면서 현지에서 진행 중이거나 수주한 공사현장들이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원자재 수급 난항으로 인해 공사원가가 급등하면서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었다.▷관련기사:"공사중단" 자재비 압박 커진 건설업계…주택 공급은?(2022년3월2일)
이번 미국-이란 간 전쟁 또한 전개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관점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혹시라도 전쟁이 길어지거나 확전이 될 경우 기자재·유류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하면서 사업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신평도 "중동 지역은 최근 수년간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의 약 30~4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여전히 중요한 사업 기반이 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 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건설사들의 현지 공정 지연과 원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전쟁의 경우 건설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러-우 전쟁 당시 핵심 건자재인 시멘트가 원료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받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것과 달리 이번 전쟁으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러-우 전쟁의 경우 시멘트 원료인 유연탄 수입이 주로 이뤄지는 러시아에서 갈등이 발생하면서 단가 인상 등 타격을 입었던 것"이라며 "현재 전쟁이 발생한 미국과 이란은 유연탄 수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역은 아니어서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바라봤다.
관건은 유가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글로벌 원유 수급 악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두바이유의 경우 전쟁 발발 이전인 지난달 26일 배럴당 68.34달러에서 이달 3일 기준 80.39달러로 치솟았다.
업종 특성상 운송 비중이 높은 건설업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 자재 수급 등에 큰 문제는 없지만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며 "유가 상승이 단순히 건설업계에만 타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공사원가 등 영향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유가 상승이 향후 수주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이 더 커지지 않고 조기에 마무리된다는 가정 아래, 유가가 오르게 되면 중동 지역 발주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시장 규모가 더 커지게 된다"며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위기가 기회로 바뀔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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