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6 (금)

    [美 이란 공습] 최고지도자 잃은 이란, 라리자니 중심 ‘비상 권력 체제’ 가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란 지도부는 지난달 28일 감행된 미국과 이스라엘 연합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고 수뇌부가 연쇄 폭사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기존 단일 지도자 체제를 신속히 폐기했다.

    대신 정밀 타격으로 지휘부가 단숨에 궤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재발을 막기 위해 권력을 철저히 분산한 3단 구조 임시 전시 체제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조선비즈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 알리레자 아라피 전문가회의 부의장이 1일 이란 모처에서 임시 지도부 회의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현지시각) 알자지라 등 중동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대외적으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보수 성직자 알리레자 아라피가 이끄는 3인 임시 지도위원회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각자 국가 행정과 사법, 종교적 권위를 담당한다. 분야별 최고 수장 3인은 이란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정상 작동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내보내는 상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목상 삼권 분립 형태일 뿐, 선출직인 행정부 권한은 전시 관리 체제 아래 쪼그라들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심장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평소에도 본인에 대해 ‘정치인이 아니라 의사’라며 국정 난맥상 해결에 선을 그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인터넷 차단을 해제하는 비교적 간단한 행정 결정조차 독자적으로 내리지 못해, 실세 권력자로부터 허락을 구해야 하는 처지였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국정 운영과 국가 전략 통제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비서관이 전담한다. SNSC는 이란 최고 안보·외교 정책 결정 기구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지만, 실질적인 정책 조율과 집행은 비서관이 담당한다. 국회의장, 사법부 수장, 군 참모총장,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지휘부가 모두 참여하는 구조에서, 라리자니는 각 기관 이해 관계를 조정하며 국정 전반을 움직이는 위치에 있다.

    조선비즈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비서관이 이란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라리자니는 12년간 이란 국회의장을 지낸 보수 엘리트 정치인이다. 그는 하메네이 생전부터 정권 생존 특명을 부여받아,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부터 주요 외교 채널 관리, 미국 핵 협상 등 국가 핵심 포트폴리오를 주도했다. 그는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텔레비전 인터뷰에 수시로 등장하는 등 사실상 이란 권력 실세 역할을 했다. 이번 미국 침공 후에도 라리자니는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한 알자지라 인터뷰에 등장해 “이란은 과거보다 강해졌으며 전쟁을 시작하진 않겠지만 강요당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졌다. NYT는 라리자니가 “행정부를 주변으로 밀어내고 이란을 사실상 운영 중”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군 지휘권이나 핵 프로그램을 직접 통제하는 인물이 아니라, 전시 정책을 조정하는 정치적 관리자로 평가된다. 그 덕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표적 제거 대상 1순위에 오르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다. 외교 채널을 유지하는 정치 엘리트를 제거할 경우 오히려 군부 강경파가 권력을 장악해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쟁 수행과 내부 치안는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완전히 장악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이스라엘 기습 타격으로 최고위 지휘관들을 대거 잃었다. 이후 각 지휘관이 3단계 아래 계급까지 후계자를 미리 지정해 상급자가 전사하더라도 하급자가 즉각 지휘권을 넘겨받아 반격을 이어가도록 지휘 체계를 재설계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 군 지휘부가 무너지자 이라크군 전체가 와해됐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은 조치다. 혁명수비대는 반정부 시위 확산에 대비해 국내 통제력도 한층 끌어올렸다. 산하 바시즈 민병대와 사복 요원들은 현재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도심 주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해 시위대 집산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전시 이란 권력 구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통성을 갖춘 최고지도자 부재가 장기화할수록 이란 신정 체제 취약점은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란은 곧 최고지도자 선출 권한을 가진 88인 전문가 회의가 폭격 위험을 무릅쓰고 극비리에 후계자를 정하는 과정에 들어설 예정이다.

    유력한 차기 주자는 하메네이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임시 지도위원회에서 종교 부문을 대표하는 알리레자 아라피로 압축된다. 1969년생 모즈타바는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 하지만 아버지 직무실을 거점으로 막대한 국가 재단 자산을 관리하며 정권 핵심 문지기 역할을 해온 비공식 이란 최고 실세다. 경쟁자 아라피는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을 지낸 전통적 종교 엘리트다. 과거 5000만 명을 시아파 이슬람으로 개종시켰다고 주장할 만큼 종교계 내부 지지 기반이 탄탄하다.

    AP는 모즈타바에 대해 “오랜 기간 혁명수비대 강경파 및 쿠드스군 수뇌부와 밀착해 권력 중개자 노릇을 해왔다”며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정권 억압 목표를 주도한 혐의로 미국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