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경희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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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은 한 나라의 고용과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동력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내수 중심으로 성장해 온 구조 탓에 서비스 수출은 미미하고, 해외 진출 기업 역시 낮은 부가가치율로 인해 수출 성과가 질적 성장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익이나 금융·보험 서비스 수출 비중이 국제적으로 낮은 점은 이러한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의 원인은 비교적 분명하다. 지식서비스 산업의 해외 진출 경험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현지 시장을 겨냥한 판매·마케팅 역량과 금융 지원이 구조적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서비스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독자적인 글로벌 역량을 축적하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서비스무역제한지수에서 확인되듯 높은 규제 수준은 국내 서비스 시장의 테스트베드 기능 상실로 이어져,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과 해외 진출 유인을 제약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ICT(정보통신기술)·디지털 서비스 분야는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비스업의 디지털 전환은 수출 잠재력을 열어 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관광테크 기업은 국경 간 제공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B2B SaaS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확장에 성공했고, 인도에서는 현지 선도 기업 인수를 통해 기술력을 이식하며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또한 K-콘텐츠, K-뷰티, 헬스케어 분야는 글로벌 수요와 IP확장성 및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 가능성 측면에서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유망 서비스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제 서비스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재인식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서비스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하면 서비스 산업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 등 재화를 생산하는 산업을 제외한 경제활동 전반을 포괄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은 법과 제도 전반을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에 최적화해 왔다.
연구개발(R&D) 세액 공제나 금융 지원 역시 서비스 기술력보다는 물리적 설비 보유에 유리한 구조다. 서비스산업을 제조업의 보조산업으로 인식하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비스업은 '사람'과 '플랫폼' 중심이다.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려면 '물건' 중심의 법령 해석에서 벗어나 '무형의 가치'를 인정하는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과 같은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서비스업을 독립적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여, 제조업 수준의 세제 혜택과 R&D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둘째, 서비스의 수출을 단순한 상품 거래가 아닌 '문화의 교역'으로 인식하는 소프트파워 기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자국은 물론 상대국의 문화자본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초현지화 전략 없이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서비스업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타당성 분석, 판로 개척, 자본 접근성 제고와 무형자산을 핵심 가치로 삼는 서비스 기업에 적합한 혁신적 맞춤형 금융지원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존 제조업 중심으로 설계된 R&D지원과는 서비스업에 특화된 인적 자본 및 고객 경험 중심의 서비스 R&D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최근 코트라(KOTRA)가 서비스산업팀을 강화하며 무역통상 진흥 정책을 서비스업으로 확대한 것은 이러한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하며 의미가 크다.
셋째,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한 신시장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강점과 서비스의 유연함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에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AI·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K-콘텐츠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제조업 또는 디지털 서비스와의 결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K-뷰티는 실물 제품에 피부진단 알고리즘이 결합될 수 있고, K-푸드와 한식 조리 교육과 연계된 서비스 수출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서비스 수출을 통한 신시장 창출과 확장은 곧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역량을 강화하고, 정부는 제도 개선과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여 혁신의 장을 열고, 학계는 창의적인 전문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K-문화에 이어 K-서비스를 세계 무대에 본격적으로 선보일 때다.
황조혜 한국서비스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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