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6 (금)

    "자사주 취득 포기하고 '소각 로드맵' 수립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일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간담회

    전문가들, 기업 재산권 침해 및 경영권 안정화 수단 상실 등 지적

    "주주와의 소통 강화해야" 조언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이어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며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학계 등 전문가들이 모여 기업들의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재산권 침해와 경영권 안정화 수단의 상실 등을 거론하며 ‘소각 로드맵 수립’ 등 다양한 대책을 제안했다.

    이데일리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자유기업원은 5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3차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기업 경영환경 변화와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주주행동주의 시대, 기업을 흔드는 상법 개정 대응 전략’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신규 취득 시 1년 이내 소각 △기존 보유 자사주 1년 6개월 이내 소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임직원 보상 또는 우리사주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낮아져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는 주주환원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판삼아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게 현 정권의 목표다.

    간담회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동주의자들에게는 무제한의 경영 간섭을 실현할 수 있는 무기를 제공하면서도 기업에게는 안정적 경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붕괴시켰다”며 “자사주 제도라는 멀쩡한 시스템을 일거에 파괴하는 자해적이고 퇴행적 조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자사주 소각은 1회성 효과만 존재하므로 주가 부양효과는 1회뿐”이라며 “최근 일련의 상법 개정에 따른 과조한 규제는 자본시장 전체의 활력을 저해하는 요소가 돼 기업들의 시장 역선택과 상장 기피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특정 목적에 의한 취득은 소각 의무 면제 △일정 범위 내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도록 탄력 운영 △보유기간을 정해 주주총회 승인 실시 등을 들었다.

    대표 발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 취득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으면 보유·처분·소각을 할 일이 없어지므로 번거로운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면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초래되는 자본금의 감소를 피하기 위해서는 합병 등과 같은 조직재편 작업마저 회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주를 취득하더라도 보유 및 처분계획서를 주주총회에서 쉽게 승인받을 수 있을 정도의 지분만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며 “주주총회에서 쉽게 승인받기 위한 노력으로서 주주와의 소통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성토가 이어졌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사주는 그간 경영권 방어, 합병 교부금 활용, 임직원 보상, 주가 안정, 재무 관리 등 다양한 전략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자사주는 중요한 완충장치”라며 “의무소각 제도 하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시점의 경영권 공격에 대비해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경영권 방어수단의 일괄·전면적 박탈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강영기 한국ESG연구소 전문위원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의 규모와 취득 목적을 전수 조사한 다음 관리 처분 계획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법 시행 후 1년 6개월 이라는 시한이 정해져 있으므로 한꺼번에 소각할지 혹은 단계적으로 소각해 시장 충격을 완화할지에 대한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측면에서는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 필 같은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결국 주주와의 소통이 유일한 방패가 될 것”이라며 “자사주 대신 실질적인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운용할지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해서, 이론적으로 주가가 꼭 오르는 건 아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자산을 깎아 먹으면 부채 비율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부채 비율이 높아진 회사가 과연 주가가 높아지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소각을 의무화한다고 해도 주가는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영권 방어 수단이 있다는 게 나쁜 건가. 기업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자사주, 포이즌 필,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로 쓸 수 있는 것들을 다 못하게 하면 과연 누구에게 좋은 일인가”라며 “우리나라의 지배 구조가 아주 나빴다면 현재와 같은 제조 경쟁력을 가진 국가가 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