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동시인
일본에 가면 '도쿄 바나나', 대만에서는 '펑리수'가 필수 기념품이듯, 요즘 한국에는 '두바이쫀득쿠키', 이른바 '두쫀쿠'가 어느새 MZ세대의 문화 표식처럼 소비된다.
한 교사가 학생에게 선물 받은 '두쫀쿠'를 자랑하다 청탁금지법 논란에 휘말렸고, 혈액원이 답례품으로 증정하자 헌혈자 수도 몇 배 증가했다는 보도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선택이다. '인증'과 '밈'에 끌리기보다 필요와 가치에 따른 판단이 먼저 아닐까.
현직 교장 시절, 중국산 불량 수입 김치 파동 이후 급식실에서는 한동안 "김치 안 먹을래요"가 유행어가 됐다. 아무리 100% 우리 김치라고 설명해봤자 아이들은 맛이 아니라 이미지로 김치를 거부했다. 무너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먹거리 인식이 얼마나 공포와 이미지에 좌우되는지 절감한 기회였다. 한때 농협이 외치던 '신토불이' 구호도 어느 순간 빛이 바랬다. 수입 과일이 시장을 장악하고, 제주 감귤 농가마저 생존을 걱정하는 현실은 소비 질서가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보여준다.
'두쫀쿠' 열풍, 소비 방식이 바뀌고 문화가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대전의 브랜드 성심당을 보라. 칼바람 속에서도 대기 줄은 넘친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이름을 알린 청주의 '팔봉제빵점' 역시 한때 비슷했었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를 모티프로 한 '직지글빵'이 청주시 관광기념품 1호로 지정되며 스토리를 입혔다. 전통시장에서는 '육거리 소문난 만두집'이 단골의 힘을 복원하며 전국, 나아가 미국까지 택배를 보낸다. 지역 먹거리가 문화와 만나면 새로운 사다리가 놓인다.
그러나 반짝 흥행은 오래갈 수 없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성안길이 예전만 못한 까닭도, '핫플'의 생명력 때문이다. 경주 황남빵, 제주 오메기떡처럼 지역성과 이야기를 단단히 묶어낼 때 비로소 세월만큼 빛난다.
최근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설탕값은 내렸는데 설탕을 쓰는 상품 가격은 그대로면 안 된다"고 언급하자, 주요 제빵 프랜차이즈들이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이른바 '빵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오른 빵값에 대한 경고다. 유행이 가격 거품을 정당화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소비자는 열광하되, 기업은 절제해야 한다.
'두쫀쿠'에 쏠린 지금이 기회다. 유행의 불씨를 지역의 스토리, 공정한 가격, 품질에 대한 신뢰로 이어갈 수 있다면 일회성 해프닝도 산업의 자산이 된다.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무엇을 먹을지 보다, 어떤 가치를 함께 삼킬 것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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