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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5 (목)

    “자녀 부동산 대기자금 증시로…3~5억 뭉칫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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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PB·부동산 전문위원 인터뷰

    강남 빌딩 매각해 주식 시장 진입

    부동산 매수 대기 자금 위주로 이동

    5억 안팎 유입…수십억 단위 투자도

    시니어 VIP 자산가 투자 성향 변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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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연일 다주택자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고액자산가들의 자금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자산가들이 자녀 주택 구입을 위해 보수적으로 묶어뒀던 대기 자금까지 증시로 향하는 사례가 늘면서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창구에서는 “안전 자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PB센터 및 부동산 전문위원들에 따르면 최근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아파트·빌딩 매각 후 금융상품이나 주식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상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안성용 NH농협은행 WM사업부 부동산전문위원은 “강남 건물을 매각하고 주식으로 들어가려는 상담이 최근 증가했다”며 “빌딩 보유자들이 임대 수익률 저하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매각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도 “증시가 너무 뜨겁다 보니 고객들이 부동산 매각 자금으로 국장에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투자 규모는 수억 원 단위 자금 유입이 일반적이다. 최혜숙 하나은행 서압구정골드클럽 PB부장은 “부동산 매수 대기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대부분 5억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10억 원 단위 투자도 있다”고 했다. 양은영 우리은행 투체어스 압구정 PB는 “다주택자들이 1~2억대 소형 오피스텔을 급매물로 내놓고 그 자금이 채권이나 미국, 국내 주식으로 들어간 사례가 제법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을 예고하며 고가 주택 매각 문의는 점차 늘고 있다. 이진영 신한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PB팀장은 “고가 부동산에 전월세를 끼고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매도나 증여를 알아보는 사례가 많다”며 “가격이 30억은 기본으로 넘어가고 압구정은 50억이 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지영 KB GOLD&WISE 더 퍼스트 압구정 부센터장은 “최근 고객 2명이 압구정 현대아파트 60평대 매물을 내놔 매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부동산전문위원도 “강남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고객일수록 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 부담 차이가 커 상담 문의가 많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특히 부동산 대기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남태교 하나은행 롯데월드타워골드클럽 PB부장은 “자녀 주택 구입을 위해 묶어뒀던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꼬마 빌딩이나, 실거주를 위한 아파트 매수를 저울질하던 분들이 매수 시점을 미루고 그 자금을 주식에 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 부동산 구입을 위해 정기예금으로 자산을 운용하던 분들이 오히려 자녀의 요청으로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운용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주가 지수 추종 목표달성형 펀드 상품 수요도 늘고 있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PB부장은 “1~3억 원을 투입했던 고객들이 목표 수익률이 체결되면서 다시 같은 규모의 추가 자금을 투입한다”며 “오전 9시에 신규 ETF 가입 상담 신청이 열리면 30분 만에 예약이 끝날 정도”라고 전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성향 변화도 감지된다. 오 부센터장은 “기존 고액자산가는 절세형 상품이나 원금 안정형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저쿠폰 채권 중도해지 후 주식으로 이동하는 등 움직임이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 처분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매각 자금의 증시 유입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진영 팀장은 “매도 상담은 늘었지만 세 부담 대응 성격이 강하다”며 “여전히 부동산 선호 고객이 많다”고 짚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언제까지 가겠느냐’는 불안감도 존재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 매매가 본격화하면 자산가 자금의 주식 유입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기 신한프리미어 PWM서초센터 팀장은 “주택 매도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주식에 관심이 없던 시니어 자산가들의 주식 상품 가입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도혜원 기자 dohye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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