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5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부처에 금융시장 안정과 에너지 수급 관리, 유가 안정, 재외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2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이 신속히 집행될 예정이며, 폭등한 유가는 '최고가격 지정제'를 통해 누를 전망이다.
전날 필리핀에서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해외에 나간 며칠 사이에 꽤 많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싱가포르·필리핀 순방을 다녀왔다. 그럼에도 중동 상황이 엄중해 귀국 다음날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통상 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렸다.
이 대통령은 "중동지역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이 많이 악화했다.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의 큰 불확실성에 직면했고, 에너지 수급과 경제·산업 분야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각 부처는 엄중한 상황인식 아래 예상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해 신속한 대책을 세밀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과 환율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데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자본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럴 때 기승을 부리는 게 가짜뉴스인데 시세교란 같은 범죄행위도 철저히 차단하길 바란다"며 "특히 국민경제의 혼란을 조장해서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덧붙였다.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100조원 가운데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자금으로 최대 37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세부적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0조원 등이 가동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증권시장 안정과는 다른 개념으로,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일시적으로 비정상이 발생할 때 교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옛날에는 주식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서 억지로 (정부가) 주식을 사기도 했는데 그런 건 하면 안 된다. 경제 체제를 제대로 바꾸고 정상 가격에 수렴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 이 대통령은 "매점매석하거나 불합리한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면서 "국가적 위기를 이용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한 채 이익을 취하려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돈이 마귀'라고 하지만 조금 심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시차 없이' 유가가 급등한 데 대해 "객관적으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가격이 급등했다"며 "아침, 점심, 저녁 가격이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5일 기준 전국 평균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21.98원으로 전일 대비 44.50원 올라 18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882.85원으로 40.30원 올라 1900원대가 코앞이다.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빠르게 가격이 뛰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갑자기 소비가격 자체가 폭등하는 것은 국민들이 겪는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려는 태도"라며 "휘발유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는 행위에는 엄중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국민 경제의 혼란을 조장해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제재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라"고 재차 주문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석유사업법 23조에 보면 가격이 급등할 경우 최고 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오늘 오후에 가격을 점검해 가격이 높을 경우 고시를 통해 최고가를 지정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2조를 보면 최고가격을 지정할 수 있고, 그 경우 부당이득 전액을 과징금으로 환수할 제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바가지 요금' 문제에는 "현재로서는 단속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다"며 "(이를 제재할) 제도도 신속하게 점검해 만들어달라. 방치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각 주유소가 매입하는 기름값에 대한 가격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에너지 수급과 관련해서는 "민생과 산업 경제 전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수급과 가격 불안정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원유와 가스, 나프타 등 주요 에너지 자원의 긴급 수급 안정책과 수입처 다각화 방안을 빠르게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전기요금 차등제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끌고 오느라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며 "전기요금 차등제의 현실적인 고민을 실제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에너지가 생산 지역에서 소비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동 지역 교민 안전 대책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우방국과 공조하고 군용기, 전세기, 육로 이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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