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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플랫폼 전환 실패한 은행 사라질 것”…리딩뱅크 KB 만든 윤종규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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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EKLY BIZ] ‘the 깊은 인터뷰’

    전 KB금융지주 회장

    “단 한명 고객 위한 맞춤형 마케팅 대세될 것”

    “고령화는 대형 은행엔 생존 기회”

    “항상 스스로 나태한지 묻고 처절할만큼 몰아 세우라”

    조선일보

    신한에 밀려 ‘만년 2등’이던 KB를 ‘리딩뱅크’로 끌어올리고 퇴장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현 KB금융 고문)이 4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빌딩 KB금융 경영자문역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 고문은 “발상을 전환하면 고령화가 오히려 전통 금융에 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장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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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전산시스템 교체를 계기로 폭발한 KB금융 수뇌부 간 갈등은 한국 금융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충돌이었다. 내부적으로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면서 자진해서 금융당국 감사를 요청하는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회장과 행장의 동반 퇴진으로 사태는 결론났다. 그 사이 KB금융의 경쟁력은 급격히 추락했고, 1위를 내주고 있던 신한금융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윤종규 현 KB금융지주 고문이었다. 그는 KB금융 이사회 면접을 통과해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그의 재임 9년 동안 KB금융은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사 등을 잇따라 인수하고, 체질 개선에도 일정 부분 성공하면서 1위를 되찾았다. 지난 2월 27일을 기준으로 KB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59조2832억원으로 신한금융지주(45조9940억원)보다 14조원 많다.

    윤종규 고문의 회장 재임 시절 KB금융 반전 비결을 분석하고, 그의 경영철학과 생애를 정리한 책 ‘담대하고 끈덕지게’(박유연 지음)가 최근 출간됐다. 일을 대할 때 지녀야 할 자세로 그가 자주 했던 말을 책 제목으로 했다. 윤 고문을 만나 금융의 미래와 리더의 자격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회장 재직 시절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내가 회장이 될 당시 시장은 KB에 대해 크게 3가지 의심을 하고 있었다. 찢기고 갈라진 KB의 내홍은 수습 가능한지, 경영진과 이사회의 건전한 공생은 가능한지, 한없이 추락한 경쟁력은 회복 가능한지였다. 전국을 발로 뛰며 임직원을 다독였고, 사외이사 임기를 5년으로 제한하며 이사회 구조를 개혁했다.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생존을 위한 인력 및 조직 합리화(구조조정)를 했고 ▲소매금융 분야 초격자 1등 ▲디지털 1등 ▲기업금융 강화 ▲인수합병을 통한 비(非)은행 강화의 4가지 이정표를 세워 세부 전략을 이행했다."

    -스스로 가장 인정하는 성과는.

    “KB가 원래 은행 외에 카드는 강했다. 여기에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한국법인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금융 전 영역을 의미있게 아우르는 유니버셜뱅크의 기반을 닦았다. 당사자가 조기 퇴직과 계속 근무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KB식 ERP(조기퇴직제) 도입을 통한 조직 군살 제거, 경영진을 적절하게 감시하는 이사회 체계 구축, AI(인공지능) 시스템 등을 통한 공정한 인사 체계 구축도 기억에 남는다. 또 지역본부제도 도입, 자산관리(WM) 및 프라이빗뱅킹(PB) 강화 등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심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뜨거운 주식 시장과 달리 한국 경제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고령화를 원인으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내 시각은 좀 다르다. 저출산 고령화가 재앙인지 축복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AI 시대로 가면서 상당수 일자리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AI가 주된 노동력이 된다면, 인간은 AI가 벌어들인 결과물을 나눠 갖는 기본소득(Basic Income) 사회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저출산이 오히려 유리하다. 금융 측면에서 고령화는 역설적으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예전보다 오래 살아남을 시니어 고객들은 KB 같은 전통 금융회사에 매우 높은 충성도를 갖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은행은 크게 두 가지 과제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대출 수요가 감소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자산 운용 수익을 늘려야 하고, 둘째로 예대마진 축소에 대비해 수수료 수입을 더 늘려야 할 것이다. 미래엔 금융그룹 내 보험사의 역할이 좀더 강조될 것이다. 꾸준하고 장기로 고객 돈이 유입되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자산 운용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최근 은행주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KB금융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월 말 기준 0.97로 여전히 1이 안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리딩뱅크들은 PBR이 보통 1.5, 낮아도 1.3 정도는 된다. 한국의 은행들이 이 수준까지 올라가려면 소액주주 보호, 독립적이고 숙련된 이사회, 고객과 직원을 위한 확실한 컴플라이언스(기업 자체 보호 시스템) 등 분야에서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조선일보

    -AI시대 금융 서비스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아직까진 몇몇의 상품으로 다수 고객을 공략하는(One for All) 시대다. 가능한 많은 사람의 공통된 필요를 찾아내 히트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금융 경쟁력을 결정한다. 하지만 AI시대는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맞춤형 제안을 하는(All for One)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은행, 보험, 증권을 아울러 고객 한 명의 특수한 필요를 공략하는 개인화 마케팅 시대가 곧 열릴 것이다. 고객의 과거 거래 이력, 소셜네트워크 데이터 등이 분석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런 시대 금융인이라면 AI에 인간만의 지혜와 창의력을 보탤 수 있는 융복합 능력이 크게 요구된다.”

    -산업 간 경계가 갈수록 흐려지고 있다. 은행은 이제 포털 등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인데….

    “빅블러(Big Blur·경계가 뒤섞이는 것) 시대 경쟁력의 핵심은 플랫폼에 있다. 고객들이 원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자주 드나드는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톡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제품 경쟁력이 우수해도 스스로 플랫폼이 없으면, 다른 폴랫폼의 상품 공급자에 지나지 않게 된다. 쉽진 않겠지만 금융사의 애플리케이션도 수시로 접속하는 플랫폼이 돼 네이버 등과 경쟁해야 한다. 주가 확인, 간편 결제, 본인 인증 같은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믿을 수 있는 건강, 재테크 정보를 제공하는 AI 플랫폼이 돼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교통, 쇼핑, 여행 등 생활 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좋다."

    -조직의 리더가 꼭 가져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조직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과 예지력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 얘기다. 스스로를 닦달하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읽어야 근접할 수 있다. 처절하리만큼 스스로 몰아 세우는 것은 조직에 대한 리더의 예의다. 이를 위해 ‘초심, 뚝심, 득심’ 세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초심’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며, 끈덕지게 실행하는 ‘뚝심’이 있어야 하며, 조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얻는 ‘득심’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등’으로 가르쳐야 한다. 시키거나 간섭하지 말고 스스로 행동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내 뒷모습을 보고 따라 배우게 하는 게 좋다.”

    ☞윤종규는?

    전남 나주 출생. 광주상고를 수석 졸업하고 외환은행에 들어가 성균관대 야간 재학 시절 회계사 시험과 행정고시(25회 차석)에 잇따라 합격했다. 다만 민주화 시위 주도 전력으로 공무원이 되지는 못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최연소로 부대표까지 올랐다. 서울대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연수 시절 미국 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 금융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했다. 고(故) 김정태 국민행장과 인연으로 47세이던 2003년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금융계에 입문했다. 이후 퇴사 및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 등 우여곡절 끝에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3번의 3년 임기를 마치고 2023년 퇴임해 현재 KB금융지주 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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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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