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트렌드 돋보기
챗GPT 구독 끊기 움직임
경영진 트럼프 후원 논란에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흐름까지 겹쳐
그래픽=김의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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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부터 월 20달러짜리 유료 서비스 ‘챗GPT 플러스’를 구독하던 싱가포르 개발자 알프레드 스티븐은 최근 이를 해지했다. 그는 챗GPT의 실망스러운 코딩 능력과 장황한 답변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큇GPT(QuitGPT)’ 캠페인을 알게 됐다. 오픈AI의 사장인 그렉 브록먼이 슈퍼팩에 거액을 기부한 사실을 접한 뒤 구독을 취소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오픈AI가 구독 취소 사유를 묻자, 그는 “파시스트 정권을 지원하지 말라”고 답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챗봇의 대명사, ‘챗GPT’의 유료 구독을 취소하자는 구호를 내건 이른바 ‘큇GPT’ 캠페인이 확산하고 있다. 오픈AI 경영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는 슈퍼팩(Super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거액을 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챗GP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 역을 맡은 배우 마크 러팔로를 비롯해 학계의 저명인사들까지 잇따라 동참하면서 캠페인 확산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WEEKLY BIZ는 최근 미 AI 업계에 불어닥친 이른바 ‘안티 AI 운동’의 양상을 들여다봤다.
◇反트럼프 진영, 챗GPT·그록 보이콧
최근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블루스카이 등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큇GPT’ 해시태그와 함께 챗GPT 구독 취소 인증·독려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마크 러팔로는 인스타그램에 “챗GPT의 사장은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이며, 그들의 기술은 ICE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서 “이제는 보이콧할 때다. 큇GPT”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4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200만 회의 ‘좋아요’를 받았다. 자신들을 ‘민주주의 운동가’로 규정한 캠페인 측은 지난 1일까지 150만여 명이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보이콧 참여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이콧 이유로 미국 내에서 권위주의가 부상하고 있지만 오픈AI 경영진이 트럼프 정부에 대한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주최 측은 “ICE가 미국인을 죽이고 법무부가 선거를 조작하려 하는 동안 오픈AI는 트럼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오픈AI 사장인 그렉 브록먼과 그의 아내는 지난해 슈퍼팩 ‘마가(MAGA Inc.)’에 2500만달러(약 360억원)를 기부하고,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역시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냈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AI기업 xAI의 ‘그록’도 보이콧 목록에 올랐다. 머스크와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챗GPT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은 치열한 경쟁 속에 AI 챗봇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오픈AI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앱 분석기관 앱토피아가 미국 모바일 기기를 대상으로 집계한 챗GPT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월 69.1%에서 올해 1월 45.3%로 뚝 떨어졌다.
◇‘안티 AI 운동’의 서막?...데이터센터 건설 반발도
큇GPT 캠페인이 애초 ICE의 과잉 단속에 대한 반발 등 정치적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그동안 AI 열풍에 가려져 있던 사회적 불안과 위기감이 표출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 위스콘신주의 사회운동가인 사이먼 로젠블룸라슨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이런 캠페인들이)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 문제를 비롯해 딥페이크 포르노의 확산, 10대 정신건강 위기, 일자리 붕괴, 슬롭(slop·저품질 AI 콘텐츠) 등 AI가 불러올 잠재적 위험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파고들고 있다”며 “AI 문제를 중심으로 기묘한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운동도 점차 확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터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에 980억달러(약 143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20개가 정치적 반대로 중단되거나 지연됐다. 이는 202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7개 주 53개 지역 단체가 30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상대로 활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파를 막론하고 미국 사회 전 계층에서 AI의 급속한 발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일상에서 AI 사용이 늘어나는 데에 대해 ‘우려한다’고 답한 미국인이 ‘기대된다’는 응답자의 5배에 달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AI가 창의적 사고 능력은 물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거나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능력까지 약화시킬 것으로 봤다.
◇AI 모델 둘러싼 이념 갈등도 격화 조짐
물론 캠페인을 벌이는 이들이 AI 사용 자체를 거부한 건 아니다. 이들은 챗GPT의 대안으로 앤스로픽의 ‘클로드’나 구글의 ‘제미나이’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그 이유로 앤스로픽이 자사 AI 모델에 대해 미 국방부(전쟁부)가 요구한 군사적 목적의 무제한 접근 권한을 거부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이는 되려 앤스로픽과 미 국방부 간 갈등의 도화선이 돼 AI 모델을 둘러싼 이념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7일 트루스소셜에 앤스로픽을 두고 ‘좌파 광신도’라고 비난하며 연방 기관들에 사용 중단을 지시했다. 앤스로픽은 미 국방부와 거래하는 수만 개의 협력업체와 어떠한 상업적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에 퇴출당한 앤스로픽의 ‘클로드’를 사용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퇴출 조치 이후 클로드는 미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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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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