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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이슈 특검의 시작과 끝

    “혐의 없다”면서 무혐의 처분은 안 한 상설특검… ‘관봉권 사건’ 책임 회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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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권섭 상설특검팀이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90일간 수사한 끝에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5일 결론내렸다. 그러나 특검은 사건을 직접 종결하지 않고 검찰로 넘기기로 해 책임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의혹을 규명하고 사건을 마무리해야 할 특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안권섭 특별검사가 5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 및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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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해 온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은 관봉권 의혹과 관련해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관련자들을 한 명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기겠다고 밝혔다.

    관봉권 의혹은 2024년 12월 서울남부지검이 ‘건진 법사’ 전성배씨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현금 다발 1억6500만원 가운데 5000만원에 둘러져 있던 한국은행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를 사진만 찍어놓고 분실한 사건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지휘부가 전씨와 윤석열 정부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띠지 폐기 등 증거 인멸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 특검 “혐의 없지만 무혐의 처분은 안 해”

    특검은 남부지검이 압수한 관봉권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압수물 목록 기재가 부실했고, 확인 미흡과 소통 착오 등이 겹치면서 띠지가 분실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검찰 지휘부가 관봉권 폐기·은폐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심을 넘어 사실로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오는 맞지만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특검은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안 특검은 “특검은 한시적 조직이고 시간적 제약과 엄격한 수사 절차 등 여러 사정이 있어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특검법에는 범죄 혐의가 있을 때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혐의가 없을 때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검법에는 특검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검법 7조 1항은 ‘특검은 사건에 관한 수사와 공소 제기 여부의 결정 및 공소 유지를 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2조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경우 대통령과 국회 등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특검이 기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을 법이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다른 특검에서도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례가 있다. 내란 특검법에도 위 조항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내란 특검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 등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한 뒤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지난해 12월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특검은 “기소에 이를 정도로 명확하거나 객관적인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상설 수사 기관인 검찰청에 이첩해 추가 수사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추가로 수사하면 무언가 나올 수 있다는 가정적 가능성에 기대어 사건을 또 검찰로 넘기는 것은 사회적 비용만 키우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미 자체 감찰을 실시해 남부지검 지휘부가 증거 은폐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상설특검에 다시 수사를 맡긴 이유는 “독립적인 제3의 기관이 진상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고려하면 특검이 기소나 불기소 어떤 쪽으로든 명확한 결론을 내렸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특검 “관봉권 띠지로 자금 추적 불가능…핵심 증거되기 어려워”

    특검은 관봉권 띠지 자체도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한국은행 등을 상대로 검증한 결과 “관봉권 띠지나 라벨에는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남지 않는다”고 밝혔다. 관봉권 띠지가 남아 있더라도 거기에 적힌 정보만으로는 자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은 관봉권을 감싸고 있던 비닐에서 지문이나 DNA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한국은행 직원이 2만명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범인을 특정할 실질적인 단서가 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관봉권이 담겨 있던 비닐의 폐기 과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폐기 과정에서 외압이나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증거 인멸을 위해 누군가 관봉권을 고의적으로 폐기했다기보다는 관리가 부실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특검은 “형사 처벌보다는 관련자 징계 등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 관계자는 “애초에 관봉권 띠지가 건진법사 사건의 실체를 밝힐 핵심 증거가 아니었는데도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특검까지 가동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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