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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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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켓인]국민연금 '의결권 민간 위임' 논의 기금위서 ‘제동’..."실익 없는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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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의결권 민간 위임 논의, 기금위 보고단계에서 유보

    "의결권 왜 포기하나" 경영·노동계 가리지 않고 반대 우세

    주주대표소송 논의 병행…주주권 정책 방향 ‘혼선’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위탁운용 자산의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책임투자를 강조해온 국민연금이 핵심 수단인 의결권을 내려놓는 방향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다.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자며 추진한 정책이 국민연금의 주주권을 크게 약화시키고 수탁자책임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이 나오며 논의는 일단 유보됐다.

    국민연금 의결권 포기 밀어붙인 복지부, 기금위서 제동...추후 재논의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열린 2026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주식 위탁운용 자산 의결권 위임 추진 방향을 보고했다.

    당초 시장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위탁운용 자산의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 넘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실제 회의에서는 경영계와 노동계를 가리지 않고 반대 의견이 더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안건은 유보되고 추가 논의를 거쳐 재검토하기로 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보고된 방안의 핵심은 위탁운용 방식을 기존 ‘투자일임’에서 ‘단독펀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위탁운용사가 투자 판단을 하더라도 상당수 의결권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행사해왔다. 하지만 구조가 바뀌면 위탁운용사가 운용하는 지분에 대해서는 운용사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같은 구상은 보건복지부 등 일부 정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이 직접적인 주주권 행사로 인한 ‘관치금융’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의 주요 주주인 경우가 많다 보니 반대 의결권 행사나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이어질 때마다 정부 영향력이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운용 위탁과 의결권 위임이 일치되어야 투자 전략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명분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탁운용 자산의 의결권까지 민간에 넘길 경우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주주권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그동안 강조해온 책임투자 정책과도 충돌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며 ‘책임 있는 주주’로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선언했다. 기업 가치 훼손 행위에 대응하고 장기 투자자로서 건전한 지배구조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국민연금은 반대 의결권 행사 확대와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제도화해왔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의결권을 민간에 넘기는 방안은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로 기업 의사결정에 지속적인 긴장과 책임을 부여해 수탁자책임을 다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수탁자책임을 다해야할 국민연금의 주주로서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이 여러 운용사로 분산되면 개별 운용사의 의결권 비중이 줄어들어 기업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2026년도 제 2차 기금운용위원회(사진=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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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민간 운용사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자산운용사는 수수료 기반 사업자다. 운용 성과와 위탁 경쟁을 고려해야 하는 구조에서 경영권 분쟁이나 합병, 경영진 책임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의결권이 여러 운용사로 분산될 경우 국민연금이 그동안 유지해온 일관된 주주권 행사 원칙도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의결권 포기' 논의해놓고 주주대표소송 추진?…"주주권 정책 방향 혼선"

    이날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주주대표소송 가이드라인 개선안도 함께 보고됐다.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 등에 대해 회사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책임을 묻는 제도다. 지난 2020년 상법 개정으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도 가능해졌다.

    국민연금은 이번 개선안을 통해 대표소송 제기 결정 주체를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로 하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요청하거나 기금운용본부가 판단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수책위가 판단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대표소송 제기 대상은 국민연금이 ‘기업과의 대화’를 진행 중인 기업이 중심이다. 기금운용본부는 투자기업 모니터링이나 비공개 대화 과정에서 개선 필요성이 확인된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 제기를 검토할 수 있고, 수책위 역시 배당정책, 임원 보수, 법령 위반, 산업안전 등 중점관리 사안과 관련해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 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이 실제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다. 국민연금은 2019년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대표소송 제기 기준을 마련했고, 2023년에는 다중대표소송까지 제도 범위를 확대했지만 정치적 논란 가능성과 패소 시 기금 책임 문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표소송 제도는 그동안 시민단체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금위 논의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정책 방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치금융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장기 투자자로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이날 회의에서는 (의결권 위임을 두고) 경영계, 노동계를 가리지 않고 반대 의견이 많았다"며 "이미 국민연금이 관치금융과 관련이 없음에도 그런 우려가 있다면, 수탁자책임위원회의 독립성과 관련 기구를 더 강화해서 해결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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