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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찰나를 담고 영원을 그리다…사진 위 유화, 두 겹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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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사진작가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5년 만에 개인전

    주력필름 단종 후 유화 물감 덧입혀

    찰나의 순간·회화적 감각 함께 담아

    “더 풍요롭게” 표현매체 확장에 주력

    만삭에도 사진 찍던 작가의 새 챕터

    ‘메디테이션 온 더 로드’ 현대화랑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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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사진작가 송영숙(78)이 인스턴트 컬러 필름 위에 유화 물감을 덧입힌 독특한 형식의 신작을 처음 선보인다. 7일부터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막을 올리는 개인전 ‘메디테이션 온 더 로드(Meditation On the Road) 길 위에서’를 통해서다. 1980년 첫 개인전 이후로 폴라로이드 사진에 천착하며 50년 가까이 표현주의적 작업을 선보여 온 원로작가의 획기적 변신이다.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미디어의 시작을 이끌지만, 그 이면에는 낡은 매체의 종결이 공존한다. 폴라로이드 필름이 그랬다.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 등 촬영 기기의 발달로 즉석 카메라를 대표하는 폴라로이드 필름은 단종을 맞게 됐다. 폴라로이드 사진 작업을 집중적으로 해 왔고, 매체 특수성으로 확고한 색깔을 갖게 된 작가로서는 고민스런 상황이었다. 송 작가가 1980년대부터 ‘SX-70 폴라로이드 필름’을 주로 사용했던 이유는 내부에 ‘현상 물질’이 두텁게 담겨 있어 촬영 직후 추가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상물질인 유제를 밀어내거나 표면을 긁는 등 여러 방식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런 즉각성과 우연성을 갖는 폴라로이드가 빛의 예술인 사진의 특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름이 단종되면서 더 이상 과거의 기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작가는 “필름의 단종 이후 오랫 동안 고민하며 어떻게 표현할까를 생각하다가 (화면을) 좀 더 풍요롭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화 물감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사진이나 판화 위에 붓질로 페인팅을 더하는 기법은 상당수 작가들이 시도한 적 있지만, 송 작가는 기존 작업의 맥락 위에서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시켰기에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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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250여 점 이상의 막대한 작품량에 압도당한다. 가까이 들여다 본 사진에는 길 위에서 마주한 도시의 풍경과 자연, 무심히 피어난 야생화와 풀 등이 마치 인상주의 회화인 듯 펼쳐진다. 꽃이 만개했다가 지는 찰나의 시간은 작가의 붓질이 더해지면서 영원성을 확보한 상태로 액자 속에 자리잡았다. 촬영 당시의 시간대와 빛, 그림자, 공기의 밀도 등이 ‘회화적 감각’으로 함께 담겼다.

    송 작가는 1969년 숙명여대 재학 당시 서클활동으로 사진과 연을 맺었다. 1969년 새한살롱에서 연 ‘남매전’이 처음 참여한 전시였고, 1980년의 첫 개인전 이후로 폴라로이드 속 일상 작업을 전개해 왔다. 송 작가에게는 두 개의 명함이 더 있다. 사진계의 현실이 척박하다는 걸을 절감한 그는 사진작가 지원을 위해 2002년 공익문화예술재단인 가현문화재단을 설립했다. 2003년 송파구 방이동에 한미사진미술관을 개관하면서 ‘국내 1호 사진미술관’의 관장이라는 타이틀이 이름 앞에 붙었다. 2020년에 남편인 임성기(1940~2020) 한미그룹 창업주 회장이 타계한 후에는 ‘한미그룹 회장’으로 더 많이 불리게 됐다. 경영에 몰두하면서 개인 시간이 줄었지만 만삭일 때조차 창경궁 후원에 나가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작가의 삶에서 ‘사진작가’를 빼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45년 긴 시간을 돌고돌아 오늘 여기까지 왔다”는 말로 5년만의 개인전에 대한 소회를 갈음했다. 예술계가 그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2021년 제66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미술 부문, 2023년 문화예술발전 유공 옥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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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현대화랑과 방이동 한미 C&C 스퀘어 갤러리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는 현대화랑 전시는 필름 원본 작업 중심으로 꾸렸고, 6월28일까지 진행되는 한미 C&C 스퀘어 갤러리 전시에서는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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