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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방금 뭐라고 했지?" 되묻기 잦다면…치매 부르는 '난청'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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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기자]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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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되묻는 횟수가 잦아지거나, 텔레비전 음량을 이전보다 높여야만 소리가 잘 들린다면 난청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난청은 청력 저하를 동반하는 질환으로, 단순한 소통의 불편을 넘어 뇌 기능 퇴행과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꼽히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문제는 인구 고령화와 일상 속 소음 노출 증가가 맞물리며 난청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난청 진료 환자는 2019년 65만 명에서 2023년 80만 명으로, 5년 새 약 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위험군이 확대되는 추세임에도, 청력 저하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해 방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건국대학교 이비인후과에서 환자들을 진료해 온 신정은 교수는 "85세 3명 중 2명이 보청기가 필요할 정도의 난청을 겪는다"라며 "한 번 퇴행한 뇌의 청각 처리 기능은 회복되기 어려우므로 조기 검사와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와 함께 난청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및 관리법에 대해 짚어본다.

    소리 전달 경로 막히거나 '와우'세포 손상되어 발생
    난청은 소리가 전달되는 경로에 물리적인 문제가 생기는 '전음성 난청'과, 청각 신경이나 와우(달팽이관) 세포에 이상이 생기는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크게 나뉜다. 특히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노인성 난청은 대부분 후자인 감각신경성 난청에 해당하는데, 이는 청각 신경이나 달팽이관 와우 손상에서 비롯된다.

    정상적인 청각 과정에서 귀는 외부의 소리 에너지를 수집해 뇌가 인식할 수 있는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이 과정의 핵심 기관이 바로 완두콩만 한 크기의 와우다. 와우 내부에는 수만 개의 청각 세포(유모세포)가 존재하며, 이들이 소리를 감지해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와우의 기능 저하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면서 청각 세포가 자연스럽게 소실되어 주로 고음역대부터 청력 저하가 시작된다. 이어폰을 높은 음량으로 장기 사용하는 습관 등에 의한 소음성 난청 역시 주요 원인이다.

    만성질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 혈관 질환은 와우로 향하는 미세 혈류를 감소시켜 청각 세포의 사멸을 촉진할 위험이 있다. 이 외에도 중이염과 같은 염증 질환이나 외상, 특정 약물 복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청력을 떨어뜨린다. 신정은 교수는 "난청은 발병 기전이 다양하므로 청력 저하가 느껴진다면 단순히 노화 탓으로 돌리기보다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리 자극 줄면 뇌 신경 퇴행 가속…치매 발병 위험 높여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뇌 건강과의 밀접한 연관성이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의 장기 추적 관찰 결과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경우 정상 청력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 위원회는 치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교정 가능한 주요 위험 인자' 중 첫 번째로 난청을 지목한 바 있다.

    난청이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기전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인지적 부하'다. 뇌가 소리를 듣고 해석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 기능에 유지에 할당할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이다. 둘째는 '뇌 구조의 퇴행'이다. 뇌로 전달되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면서 청각을 담당하는 신경 경로의 위축이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는 의사소통의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다.

    신정은 교수는 "고립된 생활은 노년기 우울증 위험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치매 발병을 촉진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뇌 기능의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노인성 난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초기에는 청력 저하를 자각하기 어려워 스스로 불편함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 경우가 적지 않다. 신 교수는 "일상 대화 중 동문서답이 잦아지거나 텔레비전 음량을 지나치게 높이는 등 일상 속 징후가 감지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밀 검사로 정확한 원인 파악…"양쪽 귀 청취 기능 균형 맞춰야"
    난청은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파수별 청력을 평가하는 '순음 청력 검사'와 단어 인지도를 확인하는 '어음 청력 검사' 등 정밀 검사가 요구된다. 신정은 교수는 "일반 건강검진의 청력 검사는 주요 주파수 대역만 확인하므로 전체적인 청력 상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며 "검진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예전과 다른 청취 변화가 느껴진다면 이비인후과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향은 원인 질환과 발생 기전에 따라 세분화된다. 중이염이나 고막 천공 등 소리 전달 경로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는 '전음성 난청'은 수술적 치료를 통해 청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노화나 만성 질환 등으로 청각 신경이나 세포 자체가 손상된 '감각신경성 난청'은 수술이나 약물만으로는 이전 상태로 온전히 복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감각신경성 난청에는 보청기 착용이 가장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일차 치료법으로 적용된다. 보청기는 저하된 청력을 보완하고 뇌에 지속적인 소리 자극을 공급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보청기로도 청취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려운 고도 난청 단계라면, 청각 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인공와우 이식술 등 추가적인 청각 재활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특히, 한쪽 귀만 들리지 않을 때 정상인 반대쪽 청력에 의존하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신 교수는 "한쪽 청력 저하를 방치할 경우, 들리지 않는 쪽의 뇌로 전달되는 자극이 단절돼 청각 신경 경로의 퇴행과 인지 기능 저하를 가속할 우려가 있다"며 "양쪽 귀의 청취 기능을 균형 있게 회복하는 것이 뇌 건강을 보존하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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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 진단 기반 조기 개입 필수…"보청기 거부하다 악화되기 쉬워"
    난청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일찍,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 번 손상된 청력을 과거의 상태로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청력 저하 징후가 감지된 초기에 전문의의 처방을 따르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고 뇌 건강을 보존할 수 있다.

    신정은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주관적인 판단이나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라며 "미국의 경우 의사가 권유하면 80~90%는 보청기를 착용하지만, 우리나라는 착용률이 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초기 재활을 거부하다 수년 뒤 인지장애나 우울증, 치매가 동반된 상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비전문가의 의견에 의존하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할 요소다. 신 교수는 "지인의 비전문적인 조언에 흔들리기보다 전문의의 명확한 진단과 처방을 신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난청을 예방하는 습관에 대해 "조용한 환경을 의식적으로 찾고, 자신의 목소리보다 큰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며 "혈액순환을 돕는 금연과 절주를 실천한다면 노후에도 건강한 인지 기능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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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경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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