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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불길한 까마귀? 소중한 생태청소부![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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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마쓰바라 하지메 지음

    정한뉘 옮김 | 나무의마음 | 301쪽 | 1만9000원

    경향신문

    자연에서 ‘한 종의 부재’는 예상보다 거대한 연쇄 반응을 낳는다. 알래스카 셰미아섬 주변 바다는 성게만 가득하고 거대 해조류 켈프와 다양한 생물 종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남획으로 해달이 사라지자 성게가 폭증했고, 성게가 켈프를 닥치는 대로 갉아 먹었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은 바로 이 ‘켈프 숲’ 이야기로 출발한다. 까마귀라는 새가 사라질 경우, 우리의 세계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저자인 일본 조류학자 마쓰바라 하지메는 까마귀 연구라면 전 세계 어디든 찾아가는 ‘새 덕후’지만, 책을 보면 조류학을 넘어 다방면에서 덕후 기질이 드러난다.

    까마귀는 까치와 함께 도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텃새다. 흑백의 대비가 아름다운 까치와 달리 온몸이 검은 까마귀는 어딘가 음침하고 불길한 존재로 여겨져왔다. 간밤에 놓아둔 ‘음쓰봉’을 뜯어 헤쳐놓거나 토사물을 쪼아먹는 거북스러운 장면도 연출한다. 작고 귀여운 새의 알을 노리는 음침함마저 더하자면, ‘까마귀가 사라지면 오히려 세상은 좀 더 깨끗해지고 평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작가는 까마귀의 존재 가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까마귀가 없다면 벌레들의 우글우글 대행진을 지켜볼 것이며 청소 동물로 생태 균형 유지는 누가 할 것이냐는 것이다. 까마귀 말고 다른 새들도 같은 역할을 하지 않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그럴 때를 대비라도 한 듯 그 빈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를 여러 조류의 사례를 소개한다.

    또 작가는 까마귀의 생태적 지위를 넘어 문학적 지위까지도 역설한다. 까마귀가 등장하는 고대 신화부터 문학과 영화, 심지어 최근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귀멸의 칼날>까지 폭넓게 언급한다. 만약 문학에서 까마귀라는 메타포가 사라진다면 이야기 속 풍경이 얼마나 허전해질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전봇대 위에 앉아 깍깍 울어대는 까마귀를 볼 때마다 괜히 인사를 한 번 건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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