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한 세계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 최고은 옮김
북다 | 204쪽 | 1만7500원
어떤 이야기는 정답이 없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소설가 김연수와 히라노 게이치로가 한 권의 책에서 같은 질문을 마주했다. <근접한 세계>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에 속한 두 작가가 ‘윤리적 딜레마’라는 공통의 주제를 중심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낸 작품이다.
책은 두 편의 소설과, 두 작가가 서로의 작품에 대해 나눈 크로스 인터뷰 형식의 에필로그로 구성됐다.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는 기자인 화자가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개입 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인터뷰한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소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그 안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내면을 따라간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거창한 사상이나 철학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삶의 경험에 뿌리내린 감정들이다. “우리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는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 사이의 번민이 아니라, 나의 옳음, 나의 진실 그 자체에 대한 번민에 가깝다”고 작가는 말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은 우연히 타인의 비밀을 알게 된 주인공이 겪는 난감한 상황을 다룬다. 거장 사진작가의 유고전을 준비하던 큐레이터 미즈마키 가스미는 고인의 아틀리에에서 작가가 은밀히 간직해온 사진을 발견한 뒤 흔들린다. 유고전을 열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자신의 선택이 불러올 파장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은 주인공을 딜레마 한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윤리적 판단이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없는 시대, 두 작가는 각 인물이 겪는 사건과 고민을 통해 ‘나의 옳음’을 끝없이 의심해야 하는 동시대의 감각을 공유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세상이 인간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쉽게 버려지는 존재로 취급한다 해도, 결국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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