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극우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가
박지형 지음
이음 | 200쪽 | 1만8000원
지난해 1월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산불로 약 한 달간 30명이 사망하고 20만명이 이재민이 됐다. 산불이 커진 원인으로 가뭄 등 기후변화가 지목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극우 지지자들은 ‘기후위기’를 전면 부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환경운동이 자신들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재난의 한복판에서도 기후위기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됐다.
책은 기후위기 거부 현상을 단순한 무지나 음모론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깊이 정치화된 이 문제를 과학적 수치로만 설명하는 시도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극우들의 세계관을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후위기 부정의 밑바탕에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자본주의적 성장 이데올로기가 자리한다. 신이 인간에게 권능을 부여했다는 사고방식, 자본주의가 강조해온 무한한 성장의 논리가 결합하면서 자연을 자원으로 대상화하는 ‘제국주의적’ 태도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위기를 이유로 성장 속도를 늦추자는 요구는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책은 한국 사례도 짚는다. 댐 건설, 원자로 개발 등 기후대응 이름 아래 반복되는 기술중심주의와 국가주의적 개발 논리를 비판한다. 기후위기로 늘어날 강수량을 고려하지 않은 댐 건설은 붕괴로 인한 재앙을 키울 수 있으며, 폐연료 처리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원자로 건설은 사회적 비용을 늘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알면서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정치도 이런 현상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인식 전환을 변화의 출발점으로 제안한다.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타자의 철학’을 끌어와, 인간의 목적을 위해 모든 존재를 수단화하는 ‘존재론적 제국주의’를 넘어설 것을 주문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나 개발 자원이 아닌 모든 인류가 함께 의존하는 공공의 기반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서현희 기자 h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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