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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엡스타인 성착취 고발, 성폭력 생존자의 용기[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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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디스 걸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지음 | 김나연 옮김

    은행나무 | 656쪽 | 2만7000원

    경향신문

    제프리 엡스타인 성착취 사건의 피해자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의 회고록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을 고발한 후 ‘창녀’ ‘거짓말쟁이’ 같은 모욕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그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용기를 냈다.

    주프레의 유년기는 가혹했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고, 집을 나와 또 다른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은 좌절감을 안겼다.

    엡스타인은 친절하고 자비로운 백만장자의 탈을 쓰고 이같이 취약하고 무기력한 상태에 놓인 미성년자들을 유인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에게 안마사로 고용된 뒤 3년여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을 비롯해 그에게 초청된 여러 주요 인사들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다. 이 중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전 왕자도 포함됐다. 감정적 표현 없이도 당시의 공포와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엡스타인은 2019년 수감 도중 숨졌다. 주프레는 책에서 “엡스타인은 사라졌지만, 그가 마음 놓고 괴물이 될 수 있었던 토양은 여전히 비옥하다”고 지적한다. 권력을 가진 성범죄자가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주프레는 성폭력 생존자로서 가해자들을 공개적으로 고발하고, 그들을 법정에 세웠다. 또 피해자 지원 단체를 설립하고 아동 성폭력 사건의 공소시효를 연장·폐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힘썼다. 그는 피해자들이 침묵하지 않고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프레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지난해 4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성폭력 ‘생존자’라는 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그는 더 이상 세상에 없으나 그의 기록은 피해자들 곁에 남아 침묵 대신 고발을 택할 용기와 연대를 전해줄 것이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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