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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확전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20~3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3~4주 뒤면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이 본격화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가시화하고 있는 해운·항공 대란이 글로벌 물류망 전반을 뒤흔들 가능성도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물가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총력 대응에 나선 것은 전쟁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수위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유가·환율 변동에 유독 취약한 한국에는 고물가 방어가 더욱 시급한 과제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0%였지만 이는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그런데도 쌀(17.7%), 돼지고기(7.3%) 등 밥상물가가 고공 행진하고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2개월 만에 최고인 2.3%에 달했다. 이 와중에 급격한 유가 상승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3월 이후에는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일단 기름값을 잡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정유사·주유소의 가격 담합 가능성에 ‘대국민 중대 범죄’라고 엄포를 놓고 30년간 사장됐던 법 조항을 근거로 ‘최고 가격 지정제’ 검토를 지시하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되면 정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택·통신·의약품부터 일반 공산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가격통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고물가로 고통받는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총력 대응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쓰나미’를 인위적 가격통제로 막기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시장 기능을 무시한 관치 경제가 자칫 물가 안정이라는 순기능보다 시장 질서 왜곡과 기업 활동 위축이라는 부작용만 불러올 수도 있다. 정부가 글로벌 고물가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려면 무리한 가격통제보다는 시장을 교란시키는 불공정행위 단속과 비효율적 유통 구조 개선, 공급망 확대 등 구조적 해법과 취약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부터 검토해야 한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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