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미션 수행하듯 여행지 순례
스탬프 투어의 인기
한 여행객이 울산 ‘울기등대’를 찾아 등대 여권에 도장을 찍은 모습.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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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포어항 동방파제등대(부산)’ ‘나사방사제등대(울산)’ ‘송대말등대(경주)’ ‘도동등대(울릉도)…. 이름도 생소한 전국 각지의 등대가 주말이면 사람이 몰리는 명소로 변한다. 한국항로표지기술원(기술원)이 배포하는 여권 형태의 책자 ‘등대 여권’ 때문이다. 지정된 등대를 찾아 현장에 비치된 전용 스탬프를 책자에 찍어 마치 여권의 사증란처럼 채워 가는 방식이다. 도장을 찍기 위해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울릉도행 배에 오르는 여행객까지 생겼다.
날씨가 풀리며 상춘객 사이에 ‘스탬프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100대 명산의 정상석이 그려진 ‘등산 여권’이나 ‘국립공원 여권’, ‘국가유산 여권’ 등 종류도 다양하다. 주말에 가볍게 가볼 만한 국내 여행지를 찾아 순례하듯 스탬프를 모으며 완주하는 ‘미션형 방식’이라는 특징이 있다.
흐름의 시작은 등대 여권이다. 해양수산부와 기술원은 2017년 ‘아름다운 등대 15곳’을 주제로 첫 등대 여권을 발행한 후 올해까지 여섯 개 테마 여권을 선보였다. 그간 마니아 사이에서만 공유됐지만 지난해 말부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참여자가 급증했다. 올해 새해를 맞아 울산 간절곶 해맞이 행사에서 배포한 ‘일출이 멋진 등대 22곳’ 여권 2000부는 배포 시작 30분 만에 동났다. 기술원 관계자는 “지난 9년간 ‘등대 여권’ 투어에 누적으로 약 20만명이 참여해 6900여 명이 완주 인증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달 스탬프 투어를 위해 강원 양양군 ‘기사문등대’에 다녀온 직장인 유모(33)씨는 “평소였다면 알지 못했을 좋은 여행지를 스탬프 투어 덕에 알게 됐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여행객 발길을 붙잡기 위해 앞다퉈 ‘도장 깨기’ 형식의 관광지 책자를 발행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는 문화유산 최초 반려동물 출입 가능 지역인 면천읍성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스탬프 9개를 찍으면 기념품을 제공하는 ‘반려동물 스탬프 투어’를 지난달 시작했다. 경남 거창군은 ‘거창 관광 여권’을 발행해 스탬프 수에 따라 열쇠고리 등을 주는 스탬프 투어를 이달 말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으나 인기가 많아 조기 종료한 상태다. 부산 동래구청과 한국온천협회 등은 민간과 협업해 이달 중 동래온천 8곳의 스탬프 투어가 가능한 ‘온천 여권’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속에 비교적 비용 부담이 적은 국내로 여행객 관심이 이동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탬프를 모으면서 여행의 목적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재미가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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